▲미국 라스베이거스의 ‘CES 2016’에서 장거리 주행 순수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의 양산형 모델이 첫 공개됐다. (사진=한국지엠)
미국 디트로이트 현지에서 11일 열린 ‘2016 북미 국제 오토쇼(NAIAS)’와 그보다 앞선 6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선보인 ‘국제 가전 박람회(CES) 2016’은 세계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행사였다.
‘디트로이트 모터쇼’로도 불리는 북미 국제 오토쇼는 메이저 모터쇼 중에서 매년 가장 먼저 개최될 뿐 아니라 자동차 시장의 격전장인 북미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래서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의 첨단 기술과 콘셉트카, 자동차 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미리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 위상이 예전만 못했다. 자동차 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친환경차량이나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들은 불과 며칠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미 다 공개됐다. 모토쇼가 아닌 전자제품 박람회 CES에서 말이다.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스마트카(smart car)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부상하면서 이제 CES에서 자동차는 가장 주목받는 품목이 됐다. 가전 박람회가 거의 자동차 전시장으로 느껴질 정도다. 자동차 산업의 신기술과 최신 트렌드를 제시해온 선도적인 역할이 CES로 넘어간 것이다.
잇따라 열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이런 흐름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제너럴 모터스(GM)는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 EV’의 양산형 모델을 디트로이트 모토쇼가 아닌 CES 개막에 맞춰 최초 공개했다.
폭스바겐도 전기차 플랫폼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결합한 자율주행 콘셉트카 ‘버디(BUDD-e)’를 CES에서 선보였다. 기아자동차 역시 자율주행차 브랜드 ‘드라이브 와이즈(Drive Wise)’의 발표 장소로 CES를 선택했다.
이미 자동차 회사들이 CES에 참가하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이런 흐름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그 규모가 확대됐고 올해는 유독 이런 경향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
올해 CES에 참가하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관련 업체는 115개 사라고 발표됐다. 또 CES 기조연설자 9명 중 2명이 자동차업계 최고경영자(CEO)로, 메리 베라 GM CEO와 헤르베르트 디이스 폭스바겐 CEO가 CES 개막을 전후해 차세대 자동차의 미래에 대해 연설했다.
2020년까지 97%의 신차가 커넥티드카(connected car)나 스마트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자동차 전체 부품 중 전기로 작동되는 전장(電裝) 부품의 비중이 5년 이내에 50%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번 CES에서 우리에게 스마트카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전자의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 선언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자동차 전자장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
삼성은 초기에 차량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 중심으로 사업 역량을 키울 전략으로 알려졌다. 이번 삼성의 전장사업 진출로, 10년 전부터 자동차 부품사업을 준비해 온 LG전자와 차량용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려는 현대자동차와의 구도가 새롭게 짜였다.
이래저래 국내외서 자동차를 둘러싸고 산업 재편이 빠르게 가시화하고 있다.
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