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H-점프 스쿨’ 발대식에 현대차 임직원들과 대학생들이 함께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변하고 있다. 사회공헌 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단순 기부나 봉사 활동의 모습을 벗었다. 대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기업 특색에도 맞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 경직된 틀 아래 그동안 봐왔던 획일적이고 수동적인 기업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 구성원들의 태도 또한 적극적이 됐다. 단순 봉사 활동이 아닌 자신의 전문성을 십분 살린 재능기부 형태가 많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서울장학재단, 사회적기업 점프와 함께 ‘H-점프 스쿨’을 3년째 운영 중이다. H-점프 스쿨은 우수한 대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하고, 이들 대학생이 1년여 동안 저소득층 청소년의 교사로 활동하는 교육 나눔 프로그램이다.
이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운영 방식이 재밌다. 현대차는 대학생들의 멘토로 현대차에 근무하는 수십 명의 임직원들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했다. 현대차 임직원들이 H-점프 스쿨에 선발한 대학생들의 멘토가 되면,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다시 취약계층 청소년들의 멘토가 되는 이른바 ‘다단계 멘토링’ 방식이다.
현대차 임직원들은 법무, 마케팅, 홍보 등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대학생들의 진로 관련 도움을 주거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재능기부를 통해 학생들을 도우며 보람을 느끼는 동시에 회사에 대한 소속감도 함께 느낄 수 있어 참여도가 매우 높다고 밝혔다.
효과도 좋았다. “선순환형 사회공헌 모델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은 성적 향상과 전반적인 인성 향상이 기대됐고 대학생들은 보다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했다”며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사회공헌 우수 사례로 소개됐다.
현대차는 올해 3기를 맞아 1기 50명, 2기 75명에 이어 100명으로 인원을 대폭 확대했다. 이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2017년까지 500여 명의 청년 대학생을 육성하고, 이 청년들이 2천여 명의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교육 나눔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진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처럼 다른 기업들도 자신의 축적된 자산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려 하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근 135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사회공헌 활동의 95%를 차지했던 기업들의 일반 기부 행위가 2014년에는 56%로 줄었다.
반면 축적된 자산을 적극 활용하면서 자체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친 기업은 5%에서 45%로 크게 늘었다. 기업 임직원들의 사회공헌 참여 시간도 덩달아 늘어났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전경련이 125개 기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0% 이상의 기업이 앞으로 자사의 특성과 연계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앞으로 더욱 기업 색깔이 분명히 드러나는 개성 있고 적극적인,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이 기대되는 이유다.
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