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지역을 마치 융단을 펴듯 빈틈없이 폭격하는 ‘융단폭격(絨緞爆擊)’이라는 말이 있다. 군사 용어인 이 단어는 상대와 경쟁하고 싸우는 스포츠에서도 곧잘 쓰인다.
2014년 7월 9일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은 융단폭격이 있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전. 독일이 개최국 브라질에 융단폭격을 가한 끝에 7대 1로 승리했다. 세계 최강 브라질이 홈에서 융단폭격을 당한 것이다. 그라운드는 물론이고 브라질 국민의 마음이 황폐해질 정도였다. 융단폭격에는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따라서 일을 할 때는 이처럼 완벽하게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융단폭격이 초토화시킨다는 부정적 의미인데 반해, 인큐베이터(incubator)는 생명의 부활을 뜻한다. 지구촌에서는 해마다 1400만 명의 미숙아가 태어난다. 미숙아의 생명을 구하는 게 바로 인큐베이터다.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으로 손꼽히는 인큐베이터는 미숙아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탈모 치료는 우선 치료 방법을 총동원해 융단폭격 하듯 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모발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인큐베이터를 설치한다.
탈모 치료의 융단폭격이란 성장인자와 항산화제를 두피에 주사하고, 피나스테라이드를 복용하며, 미녹시딜을 바르는 등 의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을 총동원해 치료하는 것이다.
성장인자는 모낭세포 분열을 촉진시키고, 항산화제는 두피의 활성산소 생성을 감소시킨다. 피나스테라이드는 DHT를 감소시키며 미녹시딜은 두피의 혈행을 증가시킨다. 두피의 모공이 살아 있는 경우, 융단폭격 하듯 치료하면 제 아무리 심한 탈모도 치료될 수 있다.
그리고 스트레스, 공해, 술, 담배,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식습관 등 탈모의 원인이 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교정하는 인큐베이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씨앗을 뿌려도 밭이 나쁘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탈모 치료도 마찬가지다. 두피에 나쁜 환경이나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탈모 치료에 있어 융단폭격은 병원에서 하고, 인큐베이터는 환자 자신이 설치해야 할 것이다.
글쓴이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의학 칼럼리스트로 건강 상식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살가움과 정겨움이 넘치는 글로 소개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서로 ‘탈모 14번이면 치료된다’ ‘진시황도 웃게 할 100세 건강비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