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시장이 문화예술 향유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자동차와 문화가 결합돼 자동차 브랜드들의 체험관 역할을 하는가 하면,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즐기는 도심 속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아 눈길을 끈다.
현대자동차의 ‘오토스퀘어’나 ‘현대 모터스튜디오’, 한국토요타의 ‘커넥트 투’ 등 브랜드 체험관이 자동차 애호가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관심을 끌고 있다. 마세라티의 ‘라돌체비타’나 폭스바겐의 ‘영앤쿨 아트 콜라보레이션’ 등 전시회를 통해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건 역시 현대차다. 현대차는 신사동 도산공원사거리에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 최초의 브랜드 체험관으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현대차를 경험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과 자동차를 테마로 꾸민 자동차 문화공간이다.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통해 현대차는 고객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매달 이곳에서 다양한 분야의 명사와 고객들을 초청해 인생과 자동차에 관해 깊이 잇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토크쇼를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현대차는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현대차를 주제로 한 다양한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적극 활용한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레이서로도 유명한 가수 김진표를 초대해 자동차 여행과 사진에 관한 토크 이벤트도 진행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제 정기적으로 매달 마지막 금요일, 현대 모터스튜디오에 명사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토크쇼 이벤트 ‘휴먼 라이브러리(Human Library)’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오토 라이브러리’를 ‘휴먼 라이브러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
비단 현대차만이 아니다. 한국토요타는 잠실 롯데월드몰 1층에 이색카페 ‘커넥트 투’를 운영 중이다. 자동차 부품을 형상화해 실내를 꾸민 커넥트 투에서는 유기농 차와 디저트를 판매해서 특별히 자동차에 관심 없는 이들 사이에서도 이색적인 휴식공간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탈리아의 명가 마세라티 또한 분당 전시장 ‘카페 마세라티’를 선보였다. 카페 마세라티는 방문한 고객들이 마치 이탈리아 카페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줘 마세라티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카페 공간을 이용해 각종 전시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 같이 감성 마케팅의 일환으로 자동차 전시장을 활용하는 것 외에도 자동차 회사들은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붙잡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천 영종도에 드라이빙센터를 세운 BMW코리아가 대표적이다. BMW코리아는 드라이빙센터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자사 차량에 대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브랜드 역사 등에 관한 자료를 전시해 전통의 BMW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자동차의 연비나 자체 성능을 따지는 것 못지않게 브랜드의 가치와 스토리를 중요한 선택의 기준으로 생각한다.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문화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이 경우 대개 ‘고객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여기저기 문을 연 문화예술공간, 이색카페들을 보면서 자동차를 매개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반갑기도 하지만, 이들 브랜드들이 내세우는 ‘고객 소통’이 결국 자사 홍보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볼 일이다.
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