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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뷰] 朴대통령 "배신의 정치 심판"… 유승민 앞날은

윤상현 "거취, 스스로 결정해야", 유승민 "대통령께 진심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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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정숙기자 |  2015.06.26 16:12:00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국회법 개정안 파동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배신’에 민감하다.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정치적 배신은 박 대통령에게 일종의 ‘트라우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은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 배신했다고 생각되면 다시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또 야당의 공격은 참아도 여당의 공격은 참지 못하는 것은 ‘배신’에 예민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박 대통령이 믿었던 ‘원조친박’ 유승민 원내대표를 공개적으로 ‘배신자’로 낙인 찍었다. 유 원내대표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박근혜 대통령의 25일 국무회의석상 발언은 상상을 초월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은 됐지만 대놓고 ‘배신’을 운운한 박 대통령의 발언에 여당은 화들짝 놀랐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의 행정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만듦으로써 국정에 심각한 지체와 퇴행을 불러올 수 있다”며 “여당의 원내사령탑이 정부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간다.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그 동안 유 원내대표에게 쌓여 있던 불만을 한꺼번에 터뜨린 것으로 해석했다. 

또 박 대통령은 “정치가 정도로 가지 않고, 오로지 선거에서만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정쟁으로만 접근하고,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며 “정치적으로 선거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작심 발언에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의원들은 대통령의 의사를 존중해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 표결을 하지 않기로 당론을 정했다. 김진태 김태흠 이장우 의원 등 일부에서 강경 발언은 있었지만 유 원내대표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재신임’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갈등은 수습되는 듯 했다. 하지만 26일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의총은 근본적으로 특정인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진퇴를 논의한다면 (당사자가) 없는 상태에서 해야 한다”며 “진정한 리더라는 것은 거취를 누구에게 묻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듣고 있다”고 말해 사태가 끝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이에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박근혜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유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계시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박 대통령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대통령께서도 저희에게 마음을 푸시고 마음을 열어주시길 기대한다”고 최대한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이번 국회법 개정안이 박근혜 정부의 개혁과제로 길이 남을 공무원연금개혁을 이루기 위한 것이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의 사과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날 박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한 여론조사 실시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이 46.8%로, ‘반대한다’는 응답 41.1%(응답률은 6.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7%p)보다 다소 높게 나온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고위원들의 동반 사퇴까지 거론, 김무성 대표 체제가 위협받는 분위기도 연출되는 상황이다. 

현재 최고위원으로는 선출직인 서청원 김태호 이인제 김을동 최고위원과 지명직인 이정현 최고위원이 있다. 이 중 서청원 김을동 이정현 최고위원은 친박계로 분류된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청와대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몸을 낮췄지만 공교롭게도 과거 자신 또한 최고위원을 사퇴한 경험이 있다. 2011년 디도스 사태 때 남경필 원희룡 최고위원과 동반 사퇴하면서 홍준표 대표 체제를 붕괴시키고 박근혜 대통령의 비대위 체제를 등장시키는 데 기여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는 2004년 정치적 인연을 맺었다. 당시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대표였던 박 대통령이 초선인 유 의원을 대표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유 의원이 박근혜 캠프의 정책메시지 단장을 맡는 등 두 사람의 정치적 인연은 굳건해 보였다. 

하지만 이후 유 원내대표가 몇 차례 박 대통령의 행보를 공개 비판한 데 이어 공무원연금개혁까지 맞물리면서 두 사람은 등을 돌렸다. 

유 원내대표가 비록 사과했지만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유 원내대표는 여전히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끝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두 사람의 10년 애증 관계는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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