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결정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자동폐기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강력 반발했고 정국은 급속도록 얼어붙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가까스로 ‘메르스법’만 통과시켰고 향후 국회 일정은 모두 ‘정지’ 상태가 됐다.
새누리당은 5시간 동안 마라톤 의원총회를 거쳐 ‘국회법 자동폐기’로 가닥을 잡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에 한 때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론이 제기됐고,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는 정면충돌 직전에 놓였다.
하지만 의원총회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고, 김진태 김태흠 이장우 의원 등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지만 목소리만 잠깐 커지는 데 그쳤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의사를 존중해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 표결을 하지 않기로 당론을 정했다. 유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사실상 ‘재신임’을 했다.
새정치연합은 반발했다. 문재인 대표의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은 친노(친노무현)계와 비노(비노무현)계 갈등을 유발했다.
그러나 이날 새정치연합은 갈등을 잠시 뒤로 하고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결 일정을 잡기 전까지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하지 않고 자동폐기 수순을 밟기로 한 데 대해서는 ‘배신’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여야 합의를 헌신짝처럼 저버린 배신의 정치이다. 국회의 권리와 의무를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의회 민주주의의 조종을 울렸다”며 “이제라도 제정신을 찾고 청와대의 거수기에서 벗어나 국회 구성원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야당은 이날 밤 열린 본회의에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하는 데 합류했다.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교육청이 감염병의 효율적 치료 및 확산방지를 위해 질병의 정보, 발생 및 전파 상황을 공유하고 상호 협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위원회 존속기간 연장 동의안’도 처리됐다.
하지만 이 두 건을 제외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일명 크라우드펀딩법)’ 등 정부여당이 추진한 경제활성화법안 등은 야당의 반발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은 행정부의 권한 축소에 대한 대통령의 우려를 존중하는 것이 삼권분립의 원칙에 비춰 볼 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국회법을 둘러싼 위헌 논란이 정쟁으로 비화돼서는 안 된다. 야당은 그만 정쟁을 멈추고 민생돌보기와 경제살리기에 함께 매진해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