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은 경색된 남북문제를 풀기 위해 ‘과학기술 협력의 활용’과 ‘민간차원에서 정부차원으로 협력의 범위 확대’를 제안했다.
박 원장은 최근 CNB뉴스와 인터뷰에서 “정치적 문제로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남북문제를 풀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시각을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남과 북의 경제적·사회적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방치한다면 나중에는 통일이 된다고 해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원장은 ‘과학기술 협력의 활용’과 관련, “예전 냉전시대 때도 과학기술 분야만은 적대국 여부에 관계없이 협력이 계속돼 온 바 있다. 예를 들자면 미·소간 핵물리학자들은 국제학회를 통해 교류를 했고, 아폴로-소유즈 프로젝트는 냉전 시대를 허무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일 통일에 있어서도 과학기술은 큰 역할을 했는데, 통일 전 양국 간 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했고 통일 이후 동독지역 재건에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며 “과학기술은 인류의 공동 번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과학기술 협력을 물꼬로 한 남북 협력 확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차원의 작은 협력에서부터 정부차원으로 협력의 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정부차원의 대대적인 지원과 협력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간 차원에서 소수의 연구자들에 의한 협력을 시작으로 협력의 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례로 북한의 식량난과 산림의 황폐화를 들어 “이는 국제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과 직결되기 때문에 과학기술을 활용한 근본적인 개선 연구를 남과 북의 연구자들이 함께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협력의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으면 그 범주를 기관 차원으로 확대해 남한의 주요 출연연구소의 분원을 개성공단을 비롯한 북한 지역에 설치, 남북 간 과학기술 협력연구가 상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영아 원장은 “나아가 아직 남북 간 과학기술 회담을 개최한 적이 없는데 하루 빨리 과학기술 정상회의를 개최해 통일을 대비한 과학기술 종합 계획을 남과 북이 함께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통일비용을 현격히 낮추고 통일한국의 과학기술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첫술에 배부를 리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작은 협력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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