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냐, 수소연료전지차냐? 향후 자동차산업의 패권을 놓고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경쟁이 격화될 조짐이다. 커져가는 친환경차 시장에서 향후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 중 어느 차종이 대세로 자리 잡을 지 관심이 높다.
이는 단지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누가 선점할 것인지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충전소 등과 같은 자동차를 둘러싼 사회 인프라 구축, 연계 산업의 동반 성장 가능성이나 생활문화 전반의 파급력 등을 고려하면 자동차산업을 넘어서 향후 우리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행보는 수소연료전지차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수소연료차의 세계 최초 양산에 이어 적극적인 지자체와의 협약 아래 수소연료전지버스의 시험운행에 나섰다. 현대차는 울산시에 이어 광주광역시에도 수소연료전지버스를 무상 임대해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광주에선 광주시와 손잡고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 구축을 본격화한다고 알려졌다. 광주 지역을 거점으로 수소연료전지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친환경 미래 에너지로 꼽히는 수소에너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일찍이 차세대 무공해 친환경차로 수소연료차를 선택했다. 이는 지난 EVS28에서 현대차와 함께 미국의 GM, 프랑스의 르노가 친환경차에 대한 각기 다른 전략을 언급할 때부터 짐작할 수 있던 사실이다.
표면적으로 현대차는 당분간 친환경차에 대한 다원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플러그인을 포함한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모델 라인업을 다양화하면서 시장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강조점은 어디까지나 수소연료차에 있었다.
효율성 측면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이 대세라는 GM이나 기존 자동차와 하이브리드를 순수 전기차가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는 르노와는 다른 입장이었다. 각 회사들이 자동차 시장에서 가진 이해관계로 입장이 엇갈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전기차 판매 1위인 닛산 ‘리프’를 보유한 르노와 현대차가 같은 입장일 리 없다.
현대차는 친환경차 시장에서 후발주자다. 신성장 동력으로 꼽는 수소연료차도 토요타나 혼다 등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개발,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실이다. 투싼 연료전지차를 2013년 첫 양산하며 인프라 구축에 나섰지만, 당초 보급 목표에 한참 미치치 못하는 배경에 이런 후발주자로서 한계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지난 15일 현대차는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의 출고 대수가 지난달까지 총 273대라고 밝혔다. 이 같은 실적은 올해까지 1천대를 판매하겠다는 당초 목표치를 생각할 때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기차가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혜택과 지원금, 충전 인프라 구축 등으로 보급에 조금씩 활기를 펴는 것과 대조적이다.
역시 높은 차량 가격과 인프라 부족이 걸림돌이다. 수소연료 충전소는 국내의 경우 제주도 포함, 전국 11곳에 불과하다. 이는 해외시장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전기차와 비교해 2배 이상의 높은 가격도 수소연료차의 보급을 가로막고 있다. 전기차와 비교해 보조금 혜택도 없거나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차가 수소연료차 인프라 구축과 관련 산업의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적극적으로 정부나 지자체와 협력하는 등 수소연료전지차와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후 행보와 결과가 주목된다.
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