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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드레퓌스 ‘강기훈’…24년만에 ‘유서대필’ 누명 벗었지만

간암 투병으로 재판 못 나와…동료들 “감격보다 비통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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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태연기자 |  2015.05.15 11:44:10

▲‘유서대필 사건’의 당사자로 억울한 고초를 겪은 강기훈씨(사진: 연합뉴스)

지난 20여 년간 ‘한국판 드레퓌스’로 불렸던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51) 씨가 사건 발생 24년만에 재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 누명을 벗었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강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씨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동료였던 김기설씨가 1991년 5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했을 때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당시 검찰은 김씨의 동료였던 강씨를 자살의 배후로 지목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김씨 유서와 강씨 진술서의 필적(筆跡)이 같다는 감정 결과로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강 씨는 그해 7월 자살방조죄로 재판에 넘겨져 이듬해인 1992년 징역 3년 확정 판결을 받고 만기출소했다.

10년이 훌쩍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유서의 필체가 강씨가 아닌 김씨의 것으로 보인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놨다.

강씨는 재심을 청구한 지 4년여 만인 2012년 10월 대법원에서 재심 개시결정을 받았다.

대법원은 재심을 개시하면서 1991년 국과수 감정인이 혼자서 유서를 감정해놓고도 4명의 감정인이 공동 심의했다고 위증한 점을 지적하며 이를 토대로 한 과거 판결은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국과수는 2013년 12월 유서 필체에 대한 새로운 감정 결과를 내놨고, 2014년 2월 서울고법은 이를 토대로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유죄 선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국과수 필적 감정 결과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보’자를 ‘오’자처럼 보이도록 쓰는 김씨 필체의 특징이 유서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지만, 강씨의 필체는 이와 전혀 달랐고, 검찰이 제시한 다른 증거만으로는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썼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강씨는 다만 서울고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재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별도로 선고받았다.

그러나 강 씨가 이미 3년간 복역했기 때문에 재수감은 되지 않으며, 무죄 확정에 따라 징역 1년을 초과한 구금일수에 대해서는 서울고법에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현재 구금일수 1일당 보상액은 4만4640원∼22만3200원선으로 정해져 있어, 강씨의 경우 3200여 만원에서 1억6300여 만원 선이 된다.

다만 현행 형사보상법에서는 2가지 혐의로 재판을 받고 1가지 혐의에 대해서만 무죄를 확정받은 경우 재판부가 재량으로 형사보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형사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간암을 앓고 있어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강씨는 이날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선고 후 ‘강기훈의 쾌유와 명예회복을 위한 시민모임’은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연한 결과지만 감격보다는 비통할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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