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금 밖에 없다” 재력가가 남긴 ‘65억 금괴 도난사건’. (사진=연합뉴스)
인테리어 업자 조모(38)씨가 65억 상당의 금괴를 발견한 것은 지난 8월19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의 한 사무실에서였다.
조 씨는 동료 인부 2명과 며칠 전 내부 화재로 타버린 사무실 내부를 수리 중이었다. 이들은 불이 난 붙박이장을 뜯어내다 장 바로 밑에서 나무 상자를 발견했는데, 그 상자 안에 정성스럽게 신문지에 쌓인 금괴 130여 개가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건물주도 금괴의 존재에 대해 모른다고 판단, 시가 65억여 원의 금괴를 놓고 고민하다 한 사람당 한 개씩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원래 자리에 놓아두기로 했다.
하지만 조 씨는 그날 밤 동거녀와 함께 다시 금괴가 있는 사무실로 잠입해서 나머지 금괴를 모두 훔쳐 달아났다. 건물주와 그 가족들도 몰랐던 금괴는 그렇게 조 씨의 것이 되는 듯했지만 결국 덜미를 잡혔다.
문제는 조 씨가 동거녀와 헤어진 다음 벌어졌다. 조 씨가 동거녀와 헤어진 뒤 나머지 금괴를 챙겨 도망가자 그 동거녀는 한 심부름센터 직원에게 조 씨의 행방을 찾아달라고 의뢰한 것이다. 센터 직원은 동거녀를 수상히 여겨 경찰에 곧바로 신고했다.
완전범죄가 될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조 씨를 특수절도 등 혐의로 구속한 경찰 측은 “피해자들이 건물주인 아버지가 금괴를 숨겨 놨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범인을 잡지 못했다면 완전범죄가 될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특수절도 등 혐의로 조 씨를 구속하고, 박모(29)씨 등 공범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사건을 수사한 강력5팀 강종구 팀장은 CNB와의 통화에서 “조 씨 외에 나머지 공범은 ‘작물 취득’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금괴를 발견한 인부와 금괴를 매입한 금은방 업주 등 총 7명을 검거하고, 19억 상당의 금괴 40개와 현금 2억2500만원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금괴 주인은 지난 2003년 숨진 현재 건물주인의 남편으로 추정된다. 그는 서울 강남 일대가 개발되기 이전부터 신사동 일대에 많은 땅을 갖고 있었고, 나중에는 금융업에 투자하며 많은 돈을 번 재력가로 알려졌다.
강 팀장은 “가족들에 따르면 평소 ‘믿을 건 금 밖에 없다’면서 80 평생 금괴를 모았다고 한다. 그러다 치매로 갑자기 운명을 달리하면서 금괴를 미처 처리하지 못했고, 가족들 또한 남은 금괴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CNB에 강 팀장은 “조 씨는 훔친 금괴를 금은방에 처분해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고 지인 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금괴가 모두 회수된 것은 아닌 만큼 앞으로 숨겨진 금괴는 없는지 등 수사가 더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