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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한민국은 ‘성추행’ 공화국입니까?

대학교수들의 성추행 사건, 대학의 안이한 대처가 더 깊은 상처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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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창현기자 |  2014.12.09 13:42:04

“여기가 뽕밭이냐? 강간의 왕국이야?”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박두만(송강호)이 내뱉는 대사다.

2003년 개봉한 ‘살인의 추억’은 1980년대 경기도 화성에서 벌어졌던 연쇄살인사건을 다뤘다. 이 사건은 한국에서 처음 있던 연쇄살인사건이란 점에서 한국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

영화에서 연쇄살인범을 쫓는 경찰의 모습은 당시 전근대적이고 억압적인 시대상을 드러낸다. 주먹구구식 수사로 엉뚱한 용의자를 찾고, 원하는 진술을 얻기 위해 구타를 서슴지 않는 등 사건을 헤쳐 나가기에 경찰은 무기력하기만 했다.

최근 대학교수들의 성추행 사건이 잇따라 파문을 일으키는 가운데, 이에 대한 각 대학의 대처를 보면 ‘살인의 추억’의 그 무기력한 경찰들이 떠오른다. 더구나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조차 없는 것처럼 보여 더 큰 문제다.

한 대학은 성추행 혐의로 면직 처분된 교수에게 계속 강의를 맡겨 논란을 자초했다. 학내 인권센터의 조사를 받고 혐의를 인정해 사표를 제출한 이 교수에게 대학은 학기말까지 수업을 하도록 했다.

학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수업을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학 측이 이런 문제에 어떤 태도로 대처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사례다.

성추행 피해자인 학생들보다 교수를 감싸는데 급급하다는 인상 또한 지울 수 없다.

대부분의 대학이 정확한 진상조사나 징계를 없이 문제의 교수를 면직처분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 짓고 있기 때문이다. 면직은 해임이나 파면과 달리 징계 처분이 아니다. 퇴직금이나 연금 수령, 재취업 등에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것이다.

대학교수의 성추행 사건 중 상당수가 장기간에 걸쳐 다수 학생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은 대학의 이 같은 안이하고 무책임한 대처로 인한 측면이 크다.

성추행 혐의로 현직 교수가 구속된 첫 번째 사례인 서울대 K교수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학교 측에서 사표 수리가 예정됐으나, 학생들의 반발과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사표를 반려하고 교내 인권센터를 통해 자체적인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한 바 있다.

당시 서울대 K교수 사건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피해자 X’는 “(서울대 성추행 사건과 관련) 지난 며칠간 파악된 피해자만 22명이며 학부, 대학원, 동아리에 이르기까지 K교수의 영향력이 닿는 곳에서는 수년간 어김없이 사건이 일어났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사표만 내면 그뿐이라는 식의 교수들, 솜방망이 처분으로 상황을 모면하기 바쁜 대학. 끊이지 않는 대학 내 성추행 사건들에서 대학사회의 분명한 태도와 사후 대처가 절실한 상황이다.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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