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이 대학 대학원총학생회가 발표한 성추행 교수에 대한 학교측의 엄정한 대응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부 대학에서는 피해 상담 신고가 접수되면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 가해자의 자퇴나 휴학, 사직·휴가 등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정’의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희대학교는 총여학생회가 성폭력대책위원회에 이 같은 방안을 제안했고, 학교 측도 긍정적인 입장이어서 내년 새 학기부터 시행을 목표로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가해자인 교수가 사직하면 사실상 진상 조사가 중단되고 가해 행위에 대한 적절한 징벌도 불가능해진다.
이 문제와 관련 지난 4일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성폭행 사건 덮으려는 고려대를 규탄한다’는 입장문을 내고 학교 측에 “해당 교수의 사표 수리를 취소하고 중단된 진상 조사를 재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박원익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CNB와의 통화에서 “사표 수리를 철회하는 것이 학교의 과오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학생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구속된 서울대 교수의 경우, 사표를 냈다가 면직 처분 직전 학생들의 반발로 논란이 확산하자 학교 측이 사표 수리를 하지 않고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가 신고하기도 쉽지 않고, 제대로 끝까지 처리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용기를 내 신고를 하더라도 가해자가 사표를 제출하는 등 퇴직해버리면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규정의 개정안에는 성폭력 사건 처리를 담당하는 ‘성평등상담실’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는다.
이화여대 역시 내년부터 성범죄 예방교육을 이수하면 교원 종합평가 시 봉사 점수에 이를 반영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동안 교수들이 온라인으로 예방교육을 받아야 했지만 이수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줄 수가 없었다.
한편, 최근 성추행 교수 사건으로 홍역을 앓은 고려대도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작업을 향후 추진한다.
‘성희롱·성폭력 처리에 관한 규정’을 ‘성인권 보호와 침해 예방 처리에 관한 규정’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성인권 개념 차원에서 접근해 성희롱·성폭력에 국한한 피해 범주를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로 넓힐 계획이다. (CNB=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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