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로 흥미로운 통계들이 잇따라 발표됐다. 이들 통계 중 영국 레가툼연구소(Legatum Institute)의 ‘세계번영지수’와 한국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아동종합실태조사’가 특히 눈길을 끈다. 두 통계에서 한국사회는 상이한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먼저 ‘세계번영지수’. 2008년부터 세계 142개국을 대상으로 레가툼연구소는 ‘세계번영지수’를 조사해 매해 발표해왔다. 각 국가의 경제, 기업가 정신, 국가 경영, 교육, 개인의 자유, 보건, 안전 및 안보, 사회적 자본 등 8개 분야를 나눠 점수를 매긴다.
이 통계는 이른바 ‘살기 좋은 나라’ 순위로 통하는데, 여기서 한국은 올해 25위를 기록했다. 142개 국가 중 한국이 25번째로 살기 좋은 나라로 조사된 것이다. 작년 26위에서 한 계단 상승한 수치다.
한국은 2011년 조사에서 가장 높은 순위인 24위를 차지한 바 있다. 올해 조사에서 1위는 2009년 이래 6년 연속으로 노르웨이가 차지했고, 스위스, 뉴질랜드, 덴마크, 캐니다 등이 그 뒤를 이었다.
142개국 중 25위면 그리 나쁘지 않은 점수로 보인다. 한국은 18위 싱가포르, 19위 일본, 20위 홍콩과 22위 대만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5번째로 순위가 높았다. 레가툼연구소의 이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비교적’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아동종합실태조사’는 조금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전국 18세 미만의 자녀를 양육하는 4천여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는 ‘삶 만족도’가 조사 항목에 포함돼 관심을 받았는데, 여기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34위, 꼴찌를 했다.
‘삶 만족도’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어떻게 느끼는지 11구간 내에서 측정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 척도로, 한국에서는 이번에 처음 조사된 것이다. 100점 만점에 한국은 60.3점을 얻었고, 우리보다 한 단계 위인 33위 루마니아는 76.6점으로 16점 이상 차이가 났다.
역시 이번 조사에 처음 포함된 ‘아동결핍지수’에서도 한국은 54.8%를 기록해 OECD 국가들 중 가장 결핍이 큰 것으로 나타났고, 마찬가지로 두 번째 높은 31.%의 헝가리와는 격차가 컸다.
이번 ‘삶 만족도’ 조사는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자살률, 이혼률, 노인 빈곤률 등 각종 통계의 1위 불명예가 삶에 대한 만족도 꼴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통계라는 것이 조사 방식이나 기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하고, 현대사회가 몇몇 수치로 재단되기에는 매우 복잡해졌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한국사회의 서로 다른 단면을 드러내는 두 통계치는 의미심장해 보인다.
이들 통계에서 한국사회는 경제나 교육 분야 등을 객관적 수치로 환산한 점수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정작 그 사회를 사는 우리는 이를 실감하지도, 그다지 행복하다고 느끼지도 않는 것 같다. ‘삶 만족도’라는 주관적인 평가 점수가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통계 중 어느 것이 한국사회의 실제에 더 근접해 있을까? 우리는 그동안 두 통계 중 어느 것에 더 가치를 두어 왔을까?
이들 통계가 발표된 비슷한 시기에 한국의 초등학교에서 성적순으로 급식 받는 순서를 정한다는 뉴스가 들려와,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시험 점수가 1등인 아이가 먼저 밥을 먹고, 꼴등인 아이는 꼴찌로 먹는 사회에서 우리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