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7지구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허가 판자촌 지역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구룡마을에서 9일 불이 나 주민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8월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으로 재개발이 무산된 구룡마을에선 그동안 크고 작은 화재가 12차례나 발생해 재개발 사업 논의가 다시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번 화제는 9일 오후 2시경 구룡마을 7-B지구 고물상에서 시작돼 8지구까지 번졌고, 1시간 40여분만인 오후 3시 40분께 불길이 잡혔다.
당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소방당국은 잔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주택 내부에 주민 주모(71)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번 화재로 구룡마을 5만8천80㎡ 중 900㎡, 391개동 1천807세대 중 16개동 63세대가 피해를 입었다. 집을 잃은 주민 136명은 인근 개포중학교에 마련된 대피소로 옮겨 숙식을 해결할 예정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마을 진입로가 좁고 가건물 밀집지역이라 소방용수 확보가 어려웠다”며 “휴일을 맞아 인근 대모산을 찾은 등산객들의 주차 차량이 많았고, 초속 5m에 이르는 강풍까지 불어 진화에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1988년 형성된 무허가 집단거주지인 구룡마을에는 판잣집 등 가건물이 밀집해있고, 저소득층 약 1천200여가구가 거주 중이다.
주택 대부분이 비닐과 목재, ‘떡솜’이라 불리는 단열재 등 불에 쉽게 타는 자재로 지어진 데다 송전선에서 직접 전기를 끌어다 쓰는 도전용 전선이 얽혀 있어 화재 위험이 상존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에도 3지구에서 불이 나 6가구가 집을 잃는 등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11건의 화재가 일어났다.
구룡마을 재개발 사업은 환지방식(토지보상) 혼용을 주장하는 서울시와 수용·사용방식(현금보상)을 주장하는 강남구 간의 대립이 1년 이상 이어지면서 진척을 없는 상황으로, 현재 주민안전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