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의 날인 28일 서울시내 한 은행 고객창구가 한산하다. (사진=연합뉴스)
10월 28인 ‘저축의 날’을 맞았지만,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순저축률은 4.5%로 1년 전 3.4%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 일시적으로 높아지긴 했지만, 가계저축률은 2001년 이후 두 차례를 제외하고 5%를 넘지 못할 만큼 하향세를 보였다.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24.7%로 최고점을 찍었던 가계저축률은 1990년대 평균 16.1%였고, 2001년(4.8%)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를 밑돌았다.
2011년 기준 한국의 가계저축률 3.4%는 OECD 평균 5.3%는 물론 저축 안하기로 유명한 미국(4.2%)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9~13%에 달하는 유럽 주요국가와의 차이는 더한 상황이다.
가계저축률 하락의 주요한 요인으로는 가처분소득 증가율 정체, 인구고령화에 따른 피부양인구 증가,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확대, 저금리 기조 등이 꼽힌다.
연평균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1990년대 10%대를 상회했지만, 2000년대 들어 5% 전후로 하락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은 정체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금리 하락도 저축률 하락을 가져왔다. 더구나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 초반까지 떨어진 올해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이란 평가다.
무엇보다 한국의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은 저축만으로 주택가격을 감당하기 어렵게 됐고,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면서 저축할 여력은 감소했다. 2002년 465조원이었던 가계부채는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가계들이 저축을 안 한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고, 오히려 과도한 부채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를 겪고 있다. 일각에서 가계저축이 지나치게 낮을 경우 경제성장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배경이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