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울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두한 계모 박모 씨가 재판이 끝난 후 호송버스에 오르는 순간 ‘하늘로 소풍간 아이를 위한 모임’ 카페 회원이 뿌린 물을 맞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울산 계모’ 박모(41) 씨의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살인죄로 인정됐다.
아이를 훈육한다는 명목으로 맨손과 맨발로 폭행, 사망에 이르게 한 아동학대 사건 대부분은 지금까지 상해치사를 적용해왔지만, 처음으로 살인죄를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다.
부산고법 형사합의1부(구남수 부장판사)는 16일 살인죄로 기소된 박 씨의 항소심에서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보다 체중이 3배나 되는 피고인이 어린 피해자에게 약 55분 동안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옆구리 부위를 집중적으로 가격한 행위는 충분히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사건 당시 30분 정도 안정을 취해 이성을 찾았을 것으로 보였지만 얼굴에 핏기 없이 창백한 상태로 변한 어린 피해자에게 더욱 가혹하게 2차 폭행까지 가한 점까지 더해 보면 폭행과정에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충분히 인식 또는 예견했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폭행과정에서 피해자는 갈비뼈가 16군데나 부러지는 등 어린 피해자로서는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춰 피고인에게 엄중한 죄책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징역 10년∼18년6월인 양형 기준에서 최고 범위인 징역 18년으로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살해하려는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고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박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명령을 기각한 바 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박 씨를 살인죄로 처벌해달라’며 사형을 구형했다.
박 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집에서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의붓딸 이모(8) 양의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 씨는 항소심 최후 진술에서 ‘엄청난 죄를 지어 할 말이 없다. 죽을 때까지 아이에게 용서를 빌겠다. 잘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판결을 두고 시민단체 등은 ‘아동확대 사건에 큰 획을 긋는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시민모임 하늘소풍 공혜정 대표는 “아동학대 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한 것은 의미 있는 판결이며 재판부가 현명하게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 대표는 “8살인 아이가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고통과 학대 속에서 지옥 같은 삶을 살다가 죽었다”며 “살인에 고의가 있고 엄중히 처벌한다고 하면서 징역 18년을 선고해 법원의 양형 기준이 미약한 것 같다”고 양형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했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