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설립된 중소기업청이 위장 중소기업을 내세워 일감을 가로챈 대기업을 적발하고도 과태료를 전혀 부과하지 않고 있다. 대기업의 상습적인 중소기업 일감 가로채기는 중소기업청 눈앞에서 계속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이강후 국회의원(새누리당. 강원 원주을)은 10일 중소기업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중소기업청이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위장 중소기업을 적발하고도 법률에 규정돼 있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아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은 대기업들이 공장임대 등을 통해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면서 중소기업 일감을 가로챈 사례를 지난해와 올해 36건과 16건을 각각 적발했지만 과태료를 전혀 부과하지 않았다.

중소기업기본법 제28조는 대기업이 허위로 중소기업으로 인정받아 중소기업 지원 시책에 참여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중기청은 해당조항이 신설된 2011년 7월 이후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위장 중소기업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들이 만든 위장 중소기업은 모두 52개로 쌍용레미콘이 13건으로 가장 많고, 동양그룹과 성신양회 9건, 유진기업 5건, 한국시멘트와 삼표 4건, 한일산업, 비상교육, 한샘, 리바트, 대상, 네패스, 금성출판사, 다우데이터가 각각 1건씩이다.

이들 14개 대기업들은 대부분 지주회사 형태로 교육, 출판, 레미콘, 시멘트, 가구, 식육 가공품 등 다양한 업종에서 위장 중소기업을 설립한 뒤 공공사업 입찰을 따내는 방식으로 중소기업 일감을 가로챘다. 

이강후 의원은 "중소기업청이 대기업의 일감 가로채기를 근절하기 위한 법 조항을 유명무실하게 만들며 중소기업 보호 업무에 소홀하고 있는 만큼 대기업 행태를 뿌리 뽑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