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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 재생사업 ‘일방적 행정’ 논란…서울시 청책(聽策) 시정 시험대

지역경제 침체, 교통접근성 및 치안 등 이유로 지역상인 및 주민들 즉각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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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창현기자 |  2014.09.30 16:32:36

▲박원순 서울시장은 미국 순방 중 23일 오전(현지시간) 뉴욕 ‘하이라인파크’에서 서울역 고가를 녹지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서울시)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를 녹색 시민 보행공간으로 재생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가운데 지역상인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는 민선 6기 도시재생 핵심 사업의 하나로, 서울역 고가를 철거하는 대신 원형을 보존한 녹지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역 고가는 유동인구가 많고, 도심 조망이 가능하며, 지역 문화유산이 밀집해 있어 관광명소화 하기 적합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서울역 고가의 교통접근성과 치안, 지역경제 등을 문제 삼으며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추진하는 서울시의 일방적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임기 동안 줄곧 ‘시민 의견을 듣고(聽) 정책에 반영한다(策)’며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해 온 서울시의 청책(聽策) 시정이 이번 서울역 고가 재생사업으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서울역 고가, 뉴욕의 ‘하이라인파크’ 벤치마킹해

1975년 준공된 서울역 고가는 당시 철도로 단절된 교통의 흐름을 이어주며 서울도심 발전에 한 축을 담당했지만, 노후화로 인한 붕괴 우려로 당초엔 올해 말 철거 예정이었다.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서울역 고가는 1996년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아 98년에 버스를 제외한 중대형 차량의 통행이 제한됐다. 2008년부터는 고가의 버스 5개 노선도 통제돼 우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26일 서울역 고가의 역사적 가치와 가능성을 재조명해 철거 대신 녹지 공원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역 고가의 녹지공원 조감도. (제공=서울시)

서울시는 고가의 안전에 대한 검토와 상하부 활용방안에 대해 디자인 구조분야 전문가와 논의 과정을 거쳐 이번 사업계획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일부 취약한 시설물만 최소비용으로 보수·보강하고, 원형 구조물은 최대한 보존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미국 순방 중 뉴욕의 ‘하이라인파크(Highline Park)’ 현장을 시찰하고, 서울역 고가 또한 하이라인파크처럼 도심 속 녹지공원으로 재생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는 지상 9m 높이에 만들어진 2.5㎞ 길이의 공원으로, 미국 최초로 철도의 역사와 생태 환경을 재조성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서울시는 17m 높이에 폭 10.3m, 총길이 938m인 서울역 고가도 유사한 조건이라는 판단이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역 고가는 도시 인프라 이상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갖는 산업화 시대의 유산으로, 철거하기보다 원형을 보존하는 가운데 안전, 편의 및 경관을 고려한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시민에게 돌려드리기로 했다”고 당위성을 밝혔다.

아울러 “버려진 폐철로를 활기찬 도시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킨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를 뛰어 넘는 선형 녹지공간으로 재생시키겠다”며 “침제에 빠진 남대문 시장을 비롯한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뉴욕의 ‘하이라인파크’ 전경. (사진=서울시)


지역상인회 “공원화 안 된다. 고가 철거 이후 대체도로 만들어야”

서울시의 이번 사업이 발표되자 지역상인과 주민들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지역의 교통접근성과 치안, 지역경제 침체 등이 주된 이유였다. 더구나 서울시가 주민 의견 수렴 등의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이 추진하는 것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남대문상인회 측은 CNB에 “서울역 고가는 철거 후 대체 교량시설을 시공하는 것으로 이미 2006년 결정된 줄 알았다. 하지만,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이번 사업을 발표해놓고 뒤늦게 주민에게 협조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고가를 공원화하면 오히려 교통접근성이 떨어져 지역상권이 죽는다고 주장했다.

남대문상인회 관계자는 “2009년 고가를 다니는 버스노선 5개가 안정상의 이유로 없어졌는데, 이로 인해 상가 공실률이 30~50%가 넘었다”며 “지금 고가가 도심의 동서를 잇는 역할을 하는데 대체도로 없이 공원이 들어선다면 남대문시장 등 인근 지역경제가 무너질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10년째 서울역 노숙자들은 방치되다시피 했다. 이들이 남대문시장 쪽으로 식사를 하러 오는데, 범죄나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지난 8월에는 한 노숙자가 불을 질러 수억 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역 고가에 공원이 들어서면 인근 노숙자들의 유입이 더 늘어 치안상 문제가 빈번히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런 사항들에 대한 대책도 없이 사업부터 발표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남대문시장 상인회를 비롯해 만리동, 중림동, 회현동 등 지역주민들이 합심해 공원화에 반대할 것이다. 원래대로 고가 철거 후 대체도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상인과 주민들은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반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1인 시위, 반대서명 운동 등 본격적인 반대 의사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재생사업 평면구상안. (제공=서울시)


서울시 “2016년 말 완공 예정, 주민과 계속 협의할 것이다”

시는 오는 10월 서울역 고가 녹지공원화 사업에 대한 국제현상 공모를 실시해 세부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뉴욕의 하이라인파크와 같이 노후시설을 지역의 랜드마크로 재생시켜 관광명소로 활성화한 다양한 해외사례의 노하우를 빌리고, 창의적인 국내외 디자이너의 설계안을 국제현상 공모를 통해 얻는다는 복안이다.

설계안이 나오면 2015년 구체적인 설계과정을 거쳐 공사에 착수하고, 2016년 말경에는 공원 조성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CNB에 “지금 지역주민들의 반대는 고가 공원화 사업으로 생기는 문제라기보다 과거부터 있어왔던 민원들이다.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성, 노숙자 치안 문제들은 서울시에서 꾸준히 해결하려 노력해 왔던 문제다. 다만 이번 사업으로 그 문제들이 다시 불거져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에서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풀기가 쉽지 않지만, 지역상인과 주민들과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말해 향후 추이가 예의주시되고 있다. (CNB=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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