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춘천에너지가 추진 중인 열병합발전소가 춘천시의 흑기사가 되고 있다. 동춘천 일반산업단지에 입주할 기업체 유치로 골머리를 앓던 춘천시는 물론 춘천도시공사와 (주)대양,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산이 컨소시엄한 봉명테크노밸리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동춘천 일반산업단지(이하 봉명산업단지)가 89%의 공정률을 보이며 내달 중순 분양공고를 앞두고 있다. 현재 오·우수관로 부설과 부지 정지작업, 전설쌓기 등 공정을 진행 중이다.
춘천시 동산면 봉명리 산 174번지 일원 53만7546㎡ 면적에 조성 중인 동춘천일반산업단지는 지난 2013년 1월 착공돼 올 연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춘천시는 지난 2008년 봉명산업단지를 조성할 당시 조기 분양을 장담했다.
춘천~서울 고속도로와 2010년 경춘복선전철 개통 등 수도권 고속접근망 확충으로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봉명산업단지 분양은 장밋빛이었다.
시는 입주 희망 사전조사 결과 12개 기업이 조성면적 30만㎡를 200% 이상 초과한 61만㎡에 달한다고 장담했다.
고속도로와 접근성이 좋고, 분양가격이 저렴해 바이오, 제약, 식료품제조업, 음료제조업,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제조업, 의료용물질 및 의약품제조업 등 기업체 입주를 자신했다.
시는 기업유치 호기를 놓칠 수 없다고 시의회를 압박, 봉명테크노밸리에 560억원 출자확약 동의안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당시 입주 희망 기업체라고 내놓은 11~12곳 가운데 현재 분양을 신청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시 기업과 관계자는 "기업유치는 경기 여건과 수도권 규제완화 등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면서 "입주희망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체들이 현재 상황에서 몇 년 후를 내다보고 선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실제 분양으로는 이어지지 못한 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열병합발전소가 흑기사로 등장한 것은 이 시점이다.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한 포스코건설과 한국가스공사가 7만7717㎡와 1만7017㎡를 각각 분양 신청했다. 조성면적 대비 구성비로는 24.1%와 5.3%로 총 29.3%다.
여기에 대나무를 이용한 펄프와 섬유를 생산하는 뱀부월드가 16만6457㎡(51.6%)를 분양 신청했다.
이들 세 기업의 분양 신청으로 조성면적의 79.9%를 분양할 수 있게 됐다.
봉명산업단지 조성을 책임진 봉명테크노밸리는 이들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지난 3월 도에 산업단지 실시계획 변경 승인을 신청했고, 지난 8월 도 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이달 말이나 내달 초쯤 고시될 예정이다.
특수목적법인인 봉명테크노밸리는 내년 4월까지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한 560억원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한 후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 미분양토지 중 20%는 (주)대양이 매입하고, 나머지는 춘천도시공사가 매입해 추가 분양하게 된다.
봉명테크노밸리 관계자는 "잔여부지는 입주기업의 의향에 따라 분양면적을 조정해 분양할 것"이라면서 "내달 분양공고 이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낙관했다.
결국 열병합발전소는 춘천시와 봉명테크노밸리의 고민을 일거에 해소하는 동시에 (주)춘천에너지의 목표도 해결하는 묘책을 제공한 셈이다. 춘천에너지는 집단에너지사업을 추진 중인 포스코 건설이 컨소시엄한 특수목적법인이다.
한편 지난 2012년 춘천시와 (주)포스코 건설은 석사동 산73번지에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려다 대기오염에 의한 피해 우려와 경관훼손, 하늘다람쥐 서식지 파괴 등을 들어 춘천경실련 등 12개 지역시민단체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와 석사동, 퇴계동 일대 아파트단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