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띠를 매지 않은 채 고통사고를 당해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었다 해도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박모(43) 씨가 흥국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에서 사실상 원고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전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환송시켰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2009년 8월 ‘자기신체사고’ 보험금 한도액이 총 4500만원인 흥국화재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한 박 씨는 그 해 9월 음주운전 상태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안전띠를 매지 않은 상태에서 뒤따라오던 차량에 추돌 당해 크게 다쳤다.
박 씨는 보험금 4500만원을 청구했으나 흥국화재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 자기신체사고보상액에서 10∼20%를 감액한다’는 내용의 표준약관을 이유로 보험금을 감액하려 했고, 이에 반발한 박 씨가 소송을 낸 것이다.
박 씨는 약관 무효를 주장했다. 원고 변호인 측이 소송을 제기한 근거는 인(人)보험의 경우 보험사고 발생 시 피보험자의 과실 또는 중과실이 있을지라도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상법 규정을 내세웠다.
1심과 2심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안전띠를 매지 않고 운전한 사람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봤고, 표준약관도 유효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날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것이 보험 사고의 발생 원인으로 고의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없고, 이 사건 약관은 상법 규정에 반해 무효다”며 원고 박 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의 이번 원심 환송 조치는 하급심의 판결 근거인 안전띠 미착용의 미필적 고의보다는 교통사고의 과실을 더 인정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이 기존의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일부를 무효라고 판결함에 따라 해당 표준약관의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