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애 전 KBS 아나운서. (사진=초록뱀주나 E&M)
이지애 전 KBS 아나운서가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용석 전 의원에게 화해를 요청하는 글을 올려 화제다.
이 전 아나운서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는 언론을 공부하는 학생이자 프리랜서 방송인이라 나의 이야기가 대한민국 대다수의 아나운서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며, 이로 인해 그 이름에 누를 끼칠까 염려가 된다”며 “다만 한 전직 정치인의 발언으로 빚어진 논란에 대한 화해를 정식으로 요청하고 싶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이제는 케케묵은 이야기, 4년 전 한 정치인의 발언이 도화선이었다. 아직도 그 얘기냐 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로 인한 아나운서들의 상처는 꽤 깊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 이 얘기를 들은 아나운서들의 반응은 ‘황당함’이었다. 도대체 무얼 주어야 했느냐고 우리끼리 서로 묻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이 흘러가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이는 곧 ‘분노’와 ‘억울함’으로 바뀌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또 “액면 그대로 보자면,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의 이야기는 맞는 것도 같다. 9년 차 아나운서로서 나는 나의 많은 것을 내주었기 때문이다”고 말을 이었다.
9년차 아나운서로서 그녀는 5년간 주 7일 근무로 시간, 건강, 청춘 등을 내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의 의미는 이러한 것이 아니었기에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프다”며 씁쓸해했다.
이 전 아나운서는 최근 강영석 전 의원이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벌금형을 받은 것에 대해 “술자리에서의 말 한 마디 실수로 4년이 지나서까지 시달리는 그 분 역시 말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으셨으리라 믿는다. 말 값 1500만원. 그것은 결코 과한 액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제는 ‘다 준다’는 의미가 누군가를 위한 희생이나 사랑의 표현으로만 사용되기를 바란다. 오랜 시간 마음 고생했을 그 분과도, 아직도 오해하고 있을 일부 대중과도 이제는 화해하고 싶다”며 마무리했다.
앞서 2010년 강용석 당시 의원은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토론회가 끝난 후 20여 명의 대학생들과 뒤풀이 자리에서 아나운서를 꿈꾸는 여대생에게 “아나운서는 모든 것을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 등 여성 아나운서를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서부지법 제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는 강용석 전 의원에게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500만원 선고를 내렸다. (CNB=이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