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5.05.09 14:11:0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통상 분야 핵심 참모인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과 전격 회동한 것으로 알려져 여의도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의 대선 후보 측 핵심 관계자가 미국을 방문해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김 전 차장은 ‘이재명 후보 외교안보보좌관’ 자격으로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한미동맹과 韓美日 3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 후보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전 차장은 이날 백악관 방문을 마친 뒤 한국 취재진들과 만나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하고, 가급적 강화 및 업그레이드해야 하며, 韓美日 간의 협력 관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재명 후보의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쓰는 표현인데, 현 상황에서 韓日은 일본의 조슈번과 사쓰마번이 (에도 막부 타도를 위해) 협력했던 수준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차장이 언급한 조슈번(長州藩·지금의 야마구치현)과 사쓰마번(薩摩藩·지금의 가고시마현)의 협력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두 세력이 에도 막부 타도를 위해 1866년 맺은 이른바 ‘삿초동맹’을 말하는 것으로 과거사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할 수 없는 韓日도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안보지형 변화 앞에서 전략적 필요에 따라 협력해야 한다는 소신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김 전 차장이 미국 정부 측에 한미동맹과 韓美日 협력을 강조한 이유는 미국 조야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직전까지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윤석열 정부 때의 한미동맹 및 韓美日 안보 협력 강화 기조를 이어갈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이 후보의 동맹관과 안보관에 대한 미국 측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김 전 차장은 북한이 8일 단거리 탄도미사일들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우리는 미국과 같이 규탄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결의 위반이므로 북한이 발사를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이렇게 되면 우리도 비대칭 재래식 무기를 더 강화해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민주당 ‘통상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도 맡고 있는 김 전 차장은 “관세 이슈에 대해서도 우리가 미국의 동맹국이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서 특히 자동차 부품 관세는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전 차장은 “한국이 한미간 교역에서 거두는 무역 흑자 중 약 67%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 중요성에 대해서 언급을 했다”면서 “조선과 안보 등 다른 분야에서 우리(한국)의 역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김 전 차장은 미국이 한국 등 57개 경제 주체(56개국+유럽연합)에 대해 차등 책정한 상호관세의 90일 유예기간이 오는 7월8일 종료되는 데 대해 “(한미간 협상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고 얘기하자 미 측 대화 상대방은 고개를 끄덕거렸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전 차장은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의 부담분)을 연계하려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 대해 “협상 전략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포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FTA 체결 협상을 주도한 바 있는 김 전 차장은 트럼프발(發) 관세로 인해 기로에 선 한미 FTA에 대해 “선거 이후 (한국의) 새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전 차장은 미국이 한국에 25%(기본관세 10%+국가별 차등 관세 15%)의 상호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한 데 대해 “미국의 FTA 체결국가 중 가장 높은데, 그것이 과연 맞는(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미측 당국자들에게) 언급을 했다”고 전하면서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 트럼프 행정부의 품목별 관세도 한국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왜냐하면 한미 FTA로 미국산 상품은 (대부분) 무관세인 상황에서 어찌 보면 이중의 페널티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차장은 주한미군 감축과 위상, 역할 변화 등 문제에 대해 미국 측 인사들이 거론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으며 “한국의 독자 핵무장 가능성에 대한 미국 측의 우려 표명과 북미 정상외교 관련 언급 등은 없었다”고 확인했다.
김 전 차장은 “더불어민주당 측의 외교안보 정책을 좀 자세히 설명했고 미국 측에서는 한국 측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을 했다. 대화는 잘 됐고, 서로 이해를 충분히 하는 기회였다”고 전했다.
김 전 차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과 통상교섭본부장, 주유엔대사 등을 역임했고, 문재인 정부 시절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국가안보실 2차장,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한 바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