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그래피티 작가, 뱅크시의 전시회가 서울숲 갤러리아포레에서 열리고 있다.
4일 미술계에 의하면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뱅크시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는 ‘아트 오브 뱅크시(The Art of Banksy - Without Limits) 월드 투어 인 서울(World Tour in Seoul)’이 서울 서울숲 인근에 들어선 갤러리아포레(한화건설) G층에 있는 더서울라이티움 제1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기간은 내년 2월 6일까지다.
이번 전시는 체험형으로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경찰관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다가온다. 이들은 실제 경찰은 아니고 이번 전시회를 관리하는 사람들로, 관람객이 티켓을 보여주고 손소독을 하고 코로나19로 QR 코드를 확인할 것을 요청한다.
이후 유니콘을 타고 왔는지, 핵폭탄을 갖고 있는지 등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질문을 한다. 이에 아니라고 대답하면 입장할 수 있다며 동선을 터주고, 이후에 다시 내부에서 경찰관 복장을 입은 관리자가 다가와 손을 들어 올리라고 한 후 검문 검색을 실시하는 퍼포먼스를 한다. 입장할 때부터 뱅크시의 예술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뱅크시는 지하철, 서민 주택, 레딩감옥 등 공공장소에 그래피티 작품을 남기고 이후 이를 자신의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증하는 방식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다. 아울러 일부 종이에 그린 작품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종이 작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작품은 원작을 전시하는 것은 힘들다.
이번 전시는 이런 특성을 고려해 뱅크시가 공공시설에 남긴 작품을 재현하거나 미디어아트를 통해 보여주고, 그가 종이에 남긴 작품들을 거의 다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꾸며졌다.
뱅크시의 작품을 인증하는 기관인 ‘POW(Pictures On Walls)’에서 인정한 작품을 포함해 전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 뱅크시는 자신의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건 전시회가 모두 가짜라고 밝혀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뱅크시 본인이 실명이나 얼굴을 공개한 적이 없다. 최근 유럽에서 한 연하장 업체가 뱅크시의 그림을 사용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유럽연합 측은 뱅크시가 실명으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을 취소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뱅크시의 전시회 부정도 그의 무정부주의적이고 해체주의적인 예술 활동의 한 조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이번 전시에서 특이한 점은 2015년 8월 영국 잉글랜드 서머싯주 웨스턴슈퍼메어에서 5주 동안만 한정적으로 운영된 ‘디즈멀랜드’도 재현한 것이다. 디즈멀랜드는 ‘Dismal(음울하다)’과 ‘디즈니랜드’를 합한 말로 우울한 놀이공원이라는 뜻이다. 디즈니랜드를 풍자하기 위해 뱅크시가 만든 테마파크로 전용 화폐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베들레헴에 있는 ‘월드 오프 호텔(Walled Off Hotel)’과 함께 뱅크시의 가치관이 물리적으로 집약된 장소라는 것이 이번 전시를 기획한 LMPE컴퍼니 측의 설명이다.
디즈멀랜드에는 사고로 마차 밖으로 튕겨 나온 신데렐라를 파파라치들이 쉴 틈 없이 플래시를 터트리고 취재하는 모습을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고에 풍자한 작품이 있다. 또 인어공주가 있을 것 같은 물가에 난민이 탄 보트를 전시함으로 우리가 사는 세계의 비극성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거대한 스크린과 사방을 유리로 만든 방에서 뱅크시의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보여주는 공간도 마련했다. 감염과 전시공간 훼손을 방지하는 신발 덮개를 착용하고 입장하면, 사방의 유리에 반사되어 무한히 확장하는 것만 같은 뱅크시 작품의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다. 뱅크시의 작품을 활용한 굿즈와 티셔츠도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