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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글리아타민 vs 글리아티린, 제약업계 ‘약 이름’ 쟁탈전

대웅제약 상표권 소송 패소…비슷한 약품명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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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7.09.12 09:00:48

▲최근 상표권 분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제약업계다. (사진=연합뉴스)


대웅제약이 이탈리아 제약기업이 제기한 상표권 무효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의약품의 상표를 바꿔야 할 처지가 됐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하면서 비슷한 상품명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대웅제약의 경우처럼 최근 들어 오리지널사의 제품명 사수의지가 강해지면서 복제약의 ‘유사 네이밍’ 관행을 놓고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CNB=김유림 기자)

디오반·디오텐·디오르…헷갈리는 이름들
오리지날 vs 복제약, 제품명 전쟁 치열 
법원, 유사네이밍에 제동…제약업계 긴장

신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임상 실험 등을 거쳐 거의 1조원이 들어간다. 개발에 성공하면 특허 출원일을 기준으로 20년 동안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이는 신약을 개발한 기업의 노력을 인정해주고, 그 동안의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게 보장해 주는 것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특허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기 때문에 대부분 아주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전문의약품의 약값을 결정하는 보건복지부도 이 기간 동안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특허 기간이 끝나고 나면 수많은 제네릭 의약품과 경쟁이 시작된다. 제네릭은 복제약이라고도 불리는데, 특허가 만료된 약을 카피해서 만들었다는 의미다. R&D 비용은 거의 들지 않고, 임상시험도 수십개의 제약사가 같이 진행을 한다. 이 때문에 제네릭은 공장 생산라인을 만드는데 필요한 3000만원만 있으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글로벌제약사의 오리지널 약품의 특허 기간이 만료되면, 수백개의 제네릭(복제약)이 동시에 쏟아져 나온다. (사진=연합뉴스TV)


이처럼 같은 효능을 내는 약품이 수백개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 오리지널 의약품사는 이를 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각종 소송을 벌이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특허권 침해와 후속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상표권 분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제약사들은 복제약을 내놓으면서 오리지날 약과 유사한 상품명을 짓는 것이 오랜 관행이다. 실수요자인 의사들이 어떤 약품인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례로 노바티스의 혈압강하제 ‘디오반’은 디오텐(삼일제약), 디오살탄(유한양행), 디오르탄(대원제약), 디오패스(일동제약) 등을 탄생시켰다. 

2013년 노바티스는 국내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상표권 무효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두 음절이 비슷하다고 해서 제품명을 혼동할 사유가 부족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전문의약품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의사가 처방하고, 약사가 조제하기 때문에 상품명이 비슷해도, 시장에서 두 약품이 혼동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글로벌 제약사가 상품명을 문제 삼고 제네릭 출시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수많은 제약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에는 사실상 무리가 있다. 또 복제약의 ‘유사 명칭 짓기’는 100여년이 넘는 제약산업의 오랜 관행이기에 특허법원 역시 국내 제약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종근당 글리아티린(왼쪽)과 대웅제약 글리아타민. (사진=각 사)


업계 “의학용어라서 이름 겹친 것” 

하지만 최근 진행된 상표권 소송에서 특허법원이 글로벌제약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제약업계의 ‘유사 네이밍’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무효 소송에서 승소했기 때문이다. 특허법원은 오리지날 의약품의 이탈파마코 ‘글리아티린’과 대웅제약의 제네릭 ‘글리아타민’의 포장이 유사한데다, 과거 업무상 거래관계 등을 고려할 때 상표권 무효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2000년부터 이탈파마코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아 국내에서 글리아티린을 제조해 판매했다. 매년 6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효자상품이었으나, 지난해 초 양사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글리아티린의 국내 판권이 종근당에 넘어가게 됐다. 

이후 대웅제약은 글리아티린의 제네릭 ‘글리아타민’을 출시했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영업망을 통해 빠르게 추격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리아타민은 294억원, 글리아티린은 221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웅 측은 곧바로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CNB에 “글리아타민과 글리아티린의 ‘글리아(GLIA)’는 신경세포를 칭하는 의학용어다. 뒤에 두 음절 ‘티린’과 ‘타민’이 약품의 식별 판단 대상이며, 이를 의사와 약사가 혼동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특허가 만료된 로슈 타미플루의 제네릭 의약품. 삼진제약의 삼진플루(위)와 대웅제약의 타미빅트. (사진=각 사)


이번 판결을 두고 제약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쏟아져 나온 로슈의 타미플루 복제약의 품목허가를 신청한 제약사는 총 41곳이며, 품목은 100여개를 넘어섰다. 이 중 제품명에 ‘타미’를 사용한 제약사는 14개, ‘플루’를 붙인 회사는 23개나 된다. 심지어 타미플루를 빠르게 부르는 영어 발음과 거의 비슷한 ‘탐플루’를 상품명으로 등록한 회사도 있다. 

타미플루 제네릭을 출시한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플루는 ‘감기’를 뜻하는 용어이고, ‘타미’는 약의 성분인 ‘오셀타미비르인산염’에서 따왔기 때문에 두 음절을 사용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대웅제약과 이탈파마코의 소송에서 상표권 침해로 법원이 인정한 사례가 나왔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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