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직한 듯 원만하고, 솔직한 듯하면서도, 속물스러운 데가 있는 사람들. 의심이 많으면서도 쉽게 믿기도 하고, 고지식하면서도 융통성 있는 사람들. 향을 태우고 점보기를 좋아하면서도 종교는 멀리하고, 삼삼오오 뭉치기를 좋아하면서도 집안싸움은 끊일 날 없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중국인들이라고 말하고 있는 사람도 중국인이다. 이중톈. 중국 대표 방송사 CCTV에서 ‘고급지식의 대중화’를 모토로 제작됐던 ‘백가강단’의 스타 교수로, 말하자면 김용옥에 빗댈만한 사람인데, 그가 말하는 중국인 얘기 몇 가지를 더 들어보자.
“중국인은 일단 어려움이 생기면 ‘국가’를 찾아가기보다 ‘자기 집’이나 ‘친구’ ‘친척’을 찾아간다. 그들에게는 엄격한 국가보다는 차라리 가깝고 믿을만한 자기의 울타리가 편하다. 따라서 중국사회는 엄격한 의미에서 ‘개인’이 없고, ‘국가’도 없으며, 수많은 ‘울타리’만 있을 분이다.”
“확실히 중국문화에는 무엇이든 먹는 것과 연관시키는 ‘범식주의’ 경향이 있다. 생계를 도모하는 것을 ‘입에 풀칠한다’고 하고, 직업이나 일을 ‘밥그릇’이라고 한다. 아무데에도 쓸 데 없는 사람을 ‘밥통’이라고 하는데, 광주와 홍콩에서는 ‘식충이’, 북방에서는 ‘무위도식’이라고 하며....”
범식주의 한 가지만은 분명 우리 문화와 닮은꼴이 많다. 그래서 출판사측은 책의 띠지를 통해 ‘놀랄 만큼 우리와 닮은 중국인, 다른 중국인’이라고 책을 부연했다. 10여 년 전 첫 책이 나온 이래 세 번의 개정판을 내오면서 중국에서만 수십 만 명의 독자들과 교감한 이 책이 이제는 우리 서가의 필독서로 꼽힐 만하게 됐다. 중국인들과의 교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중국인들 스스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혹은 낯을 붉히며 읽었을 ‘12억 분석서’이기에 당장 베이징올림픽을 더 즐기기 위해서라도 찾아 읽어 볼 일이다. 음식, 체면, 가정, 결혼, 우정 등 9가지 키워드로 분석해 놓은 책 내용이 우선 재밌다. 은행나무 펴냄. 5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