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주, ‘The Triumphal Gate III’, 목재에 페인트, 가변설치, 2012. (제공=BSSM 백순실미술관)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공간의 물리적 특성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사람이 느끼는 시간의 흐름, 공기, 에너지와 같이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리듬분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연장에서 청중이 교향곡을 감상하듯 집, 길, 도시를 ‘듣는’ 사람”을 ‘리듬분석가’라고 불렀는데, 전시 ‘공간리듬일기’의 두 작가는 그런 의미에서 리듬분석가들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박여주, 이종건 작가 또한 공간을 정지된 사물과 같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보이지 않는 리듬을 듣고, 읽고, 경험할 수 있는 또다른 공간으로 재해석하기 때문이다.
전시장에 개선문을 모티브로 한 문의 형태들을 세워 박여주 작가는 쭉 뻗은 직선 형태의 공간을 분절시키며 연속적인 시간성을 깨뜨린다. 문 앞에서 시공간은 축소되었다가 문을 지나치며 다시 공간이 확장되고 관객의 걸음걸이는 빨라지게 된다.
그러다 관객은 이종건 작가가 실내의 풍경을 암시하듯 흩어놓은 테이블의 부분, 벽난로의 모서리를 만나며 누군가의 사적 공간에 들어선 듯 호흡을 가다듬게 된다.
이어 계단을 지나 모서리 공간에 건물 외벽처럼 세워진 그의 작품 앞에서 관객은 다시 소음이 있는 거리의 리듬으로 나아간다. 하나의 전시장 안에서 각 작가의 작품이 한 리듬에서 다른 리듬으로 전환하는 통로가 되는 듯하다.
두 작가는 안과 밖,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빠른 호흡과 느린 호흡 등 서로 부딪히듯 연결되며 전시 공간 본래의 리듬을 다양한 색깔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번 박여주, 이종건 2인전 ‘공간리듬일기’는 경기 파주시 헤이리에 위치한 BSSM 백순실미술관에서 10월 19일까지 진행한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