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5.07.14 11:25:09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이 지난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재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윤석열 전 대통령이 조은석 내란특검으로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구속 되자 그동안 尹의 각종 범죄 혐의에 대해 끝까지 부인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충성심’을 보였던 ‘측근’ 인사들이 하나둘씩 과거 진술을 거둬들이고 윤 전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진술을 내놓기 시작해 덩달아 특검 수사도 급물살을 타는 형국이다.
조은석 내란특검팀을 비롯해 3대 특검은 출범한 지 약 한 달 만에 향후 수사에서 결정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윤석열 정부 핵심 인사들의 증언을 확보한 것은 물론, 추가 증언이 잇따를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자 소환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14일 서초동 법조계의 관측에 따르면 대통령경호처 ‘강경 충성파’ 핵심 인사로 알려졌던 김성훈 전 경호차장이 최근 내란 특검 조사에서 기존 수사기관 진술을 뒤집고 새로운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최근 내란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고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김 전 차장은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의 체포 저지 관련 혐의를 계속 부인해 왔으나 최근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참여하지 않은 조사에서는 “나는 (위에서) 지시하는 대로 (따라)했을 뿐”이라며 윤 전 대통령의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실제로 내란특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는 “경찰은 전문성도 없고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잘 쏜다”, “총을 갖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 등등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차장에게 지시했다는 구체적인 발언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차장에게 세 차례 전화해 “쉽게 볼 수 없어야 비화폰이지. 조치해라”고 지시하는 등 비화폰 기록 삭제와 관련한 둘만의 통화 내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이 역시 김 전 차장의 진술 없이는 파악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김 전 차장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한남동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을 당시 이를 저지하는 데 앞장섰던 경호처 내 ‘강경 충성파’의 대표 격으로 재임 당시에는 윤 전 대통령이나 부인 김건희씨의 생일 축하행사까지 주도하는 등 비교적 尹부부와 가까운 인사로 평가돼 왔다.
그리고 지난 탄핵심판 국면에서도 김 차장은 “경호관에게 최고의 명예는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목숨 바치는 것”이라면서 경찰·검찰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 관련 불리한 진술을 일절 거부했으나 탄핵 이후 특검 조사에서는 기존 진술을 뒤엎고 새로운 증언을 시작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외교라인 핵심 인사였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오른쪽)이 지난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한편 윤석열 대통령실의 실세 참모이자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도 그동안 ‘VIP 격노설’과 관련해 “누군가로부터 이런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전언 형태의 진술만 했었으나 최근 순직해병특검 조사에서는 “당시 회의에 참석해 ‘VIP 격노’를 직접 목격했다”고 처음으로 진술해 눈길을 끌었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대통령실 회의에서 채상병 사건 조사 결과 보고받은 뒤 ‘격노’하면서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로 질책하는 바람에 경찰 이첩을 보류시키고 조사 결과를 바꾸게 했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 김 전 차장은 1년 전인 지난해 7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회의에 채상병 사건 관련 보고가 없었고,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으나 최근 특검 조사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으로부터 한 장짜리 채상병 사망 사고 보고를 받은 직후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고 정반대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한 실세 참모이자 복심이었지만 약 2년 만에 특검에서 그날의 상항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당시 회의에는 자신뿐 아니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도 동석했다"고 주장해 특검은 조만간 이들도 소환조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복심’이었던 이들이 자신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특검에 쏟아내기 시작하자 앞서 열린 구속영장 심사에서 직접 최후진술을 통해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졌다. 국무위원들도 각자 살길을 찾아 떠났고, 변호사를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심경을 토로하는 등 당혹한 모습이다.
그러면 이 같은 윤 전 대통령 측근들의 진술 번복은 '배신'일까? 아니면 '진실'을 향한 불가피한 선택일까? 각자 입장에 따라, 그리고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내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