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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계 파란 일으킨 김주혜 소설가...장편으로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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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4.10.23 10:57:22

김주혜 소설가(오른쪽), 키릴 바티긴 번역가가 ‘작은 땅의 야수들’로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한 후에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주혜 소설가가 첫 장편으로 러시아에서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한 후 관심을 받고 있다.

23일 문학계에 의하면 한국계 미국인인 김주혜 소설가가 장편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에서 톨스토이 문학상으로 불리는 야스나야 폴랴나상을 수상했다. 한강 소설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날에 러시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도 한국인이 받았다.

김주혜 소설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 한국어판은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는데, 한강 작가의 작품들에 이어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에 들어 있다.

김주혜 작가는 지난 10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볼쇼이극장에서 열린 야스나야 폴랴나상 시상식에서 해외문학상을 받았다. ‘작은 땅의 야수들’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키릴 바티긴도 함께 상을 받았다.

야스나야 폴랴나상은 ‘부활’ ‘안나 카레리나’ ‘전쟁과 평화’ 등 여러 장편소설을 발표한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탄생 175주년에 제정된 상이다. 삼성전자 러시아 법인이 현지 레프 톨스토이 박물관과 함께 만들었으며, 이후 러시아에서 제일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자리 잡았다. 야스나야 폴랴나는 레프 톨스토이가 태어난 지역으로, 러시아어로 빛나는 공터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 상은 톨스토이 문학상으로 불리고 있다.

 

김주혜 소설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 (사진=다산책방)

김주혜 소설가는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한 후에 “선배이자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 옆에서 거론되는 것 자체가 굉장한 영광”이라며 “한국 문학은 그 자체로 세계적인 장점을 갖고 있으며 정이 깊고 뜨거운 영혼을 가졌기 때문에 감동을 주는 범위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내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의 고통을 내가 느끼도록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 문학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톨스토이문학상 심사위원인 파벨 바신스키는 “호랑이는 한국 독립의 상징으로, 이 작품을 알렉시 톨스토이의 ‘갈보리로 가는 길’에 비교하겠다”고 평가했다. 알렉시 톨스토이는 레프 톨스토이의 먼 친척으로, 역시 여러 편의 작품을 남겼다. 갈보리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멀지 않은 언덕을 의미한다. 러시아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안톤 체호프, ‘닥터 지바고’를 집필한 소설가 겸 시인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비교하기도 했다.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은 일본이 대한제국을 불법적으로 강제 병합한 1917년 겨울 현재 북한 지역인 평안도의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조선인 사냥꾼이 우연히 일본군 대위를 호랑이의 공격으로부터 구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여러 인물들이 조선의 독립을 일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 땅의 야수들’에는 소작농의 딸로 기생이 된 옥희, 옥희에게 반한 빈털터리 청년 정호, 인력거를 끄는 고학생 한철, 경성에서 복무 중인 일본군 소령 야마다, 이토 등이 등장한다. 옥희와 정호의 사랑을 중심으로 일제 시대를 살아낸 조선인, 일본인들의 애환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김주혜 소설가는 1987년 대한민국 인천광역시에서 태어났다. 9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이주했으며, 프린스턴대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2016년 영국 문학 잡지 ‘그란타’에 단편소설 ‘바디 랭귀지’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미래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단편소설 ‘바이오돔’이 TV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이며, ‘작은 땅의 야수들’도 영상화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4대손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문화 특별 보좌관인 블라디미르 톨스토이가 서울 중구 문학의 집·서울에 제막한 톨스토이 흉상. (사진=손정호 기자)

김주혜 소설가는 차기작으로 러시아와 프랑스를 배경으로 발레리나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책을 내달 미국에서 출간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밤새들의 도시’라는 제목으로 내년 상반기에 다산북스에서 소개된다.

김주혜 소설가가 톨스토이 문학상을 받으면서, ‘파친코’로 글로벌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에서 드라마로 제작된 이민진 작가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의 한반도, 동북아시아 역사 소설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레프 톨스토이에 대한 관심도 이전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레프 톨스토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안톤 체호프,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알렉산드르 푸시킨 등 유명 작가들을 여러 명 배출한 나라이다. 발레와 연극 등 러시아 명작은 여전히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등에서 사랑받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레프 톨스토이의 4대손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문화 특별 보좌관인 블라디미르 톨스토이가 서울 중구에 있는 문학의 집·서울에 톨스토이 흉상을 제막하기 위해 방한한 적이 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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