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갤럭시 시리즈, 모두 AI 강화
최고 인기 울트라, 티타늄으로 무장
드릴로 갈고 용광로에 넣어도 버텨
애플도 튼튼한 아이폰 내세워 ‘맞불’
“대한민국은 IT강국”이란 말은 이제 잘 쓰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가 가장 클 텐데요. 그만큼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세계에 이름을 날려 왔습니다. 날로 고도화되는 기술,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결과물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IT 이야기’, 줄여서 [잇(IT)야기]에서 그 설을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주지하다시피 삼성전자가 지난달 공개한 갤럭시 S24 시리즈 모델은 세 가지입니다. 외관상 차이가 뭣보다 뚜렷한데요. 기본형-플러스-울트라로 갈수록 화면이 큽니다. 흥미로운 건 크기에 비례하는 인기도입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일주일간 진행한 국내 사전 예약에서 울트라 60%, 플러스 21%, 일반형 19%의 판매 비중을 보인 건데요. 가장 고가인데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울트라 모델의 비결이 궁금합니다. 그저 커서일까요?
이번 시리즈는 공통적으로 체질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AI(인공지능)가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특히 언어능력이 놀라워졌습니다. 통화 중 ‘실시간 통역’, 국내외 주요 모바일 메신저 앱에서 ‘실시간 번역’ 이 가능해졌거든요. 지원하는 언어는 한국어, 중국어(간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13개입니다. 결코 적지 않죠. 게다가 화면의 이미지나 단어 등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관련 검색 결과가 나오는 ‘서클 투 서치’도 모든 모델에 탑재됐습니다. 세 모델 전부 이전보다 똑똑해진 거죠.
그렇다면 울트라만의 무기는 무엇일까요? 우선 이전부터 각광받아온 카메라를 들 수 있습니다. 이번에 특히 진화의 폭이 크거든요.
‘갤럭시 S24 울트라’는 2배, 3배, 5배, 10배 줌을 모두 광학 수준의 고화질로 제공하는 쿼드 텔레 시스템(Quad Tele System)을 시리즈 최초로 탑재했습니다. 5배줌을 지원하는 5000만 화소 적응형 픽셀(Adaptive Pixel) 센서와 AI 기술, 100배 스페이스 줌이 들어가서 거리의 구애도 덜 받고요. 이러한 복합적 기술로 원거리 촬영 시 이전보다 개선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어두운 환경에서도 힘을 발휘합니다. 전작 대비 약 60% 커진 1.4 마이크로미터(μm) 사이즈의 픽셀이 5배 광학 줌 카메라에 들어갔기 때문에 더 많은 빛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진짜 진화는 ‘내구성’
이처럼 울트라 신작이 공개되자마자 아무래도 AI와 카메라가 많이 부각됐는데요. 특징적 요소는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잘 드러나진 않지만 울트라는 이번에 튼튼함을 입었습니다. 내구성이 대폭 향상된 건데요. 비결은 전면 디스플레이에 적용된 코닝의 ‘고릴라 아머’와 프레임에 들어간 티타늄 소재입니다.
워낙 강력하다고 회자돼서일까요? 오기가 발동한 사람이 많은 모양입니다. 해외 유튜버들이 달려들어 검증하겠다고 나선 건데요. 때론 모질고 때론 기괴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몇몇 사례를 보시죠.
지난 5일 미국 IT 유튜브 채널 ‘제리릭에브리씽’에 올라온 영상은 뜨거웠습니다. 갤럭시 S24 울트라를 섭씨 1100도의 용광로에 넣는 실험 때문이었는데요. 티타늄 프레임의 내구성을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꽤나 가혹한 방식을 택한 겁니다. 실험자는 아마도 보기 좋게 녹아내리는 그림을 상상을 했을 텐데요. 그런데 웬걸요. 기판이야 당연히 재가 됐지만 주위를 둘러싼 프레임은 원래 꼴을 유지한 겁니다. 티타늄 프레임이 얼마나 견고한지 이 실험으로 증명이 된 거죠.
또 있습니다. IT 유튜버 ‘PBK리뷰’는 종합적 실험을 했습니다. 스크래치에 강한 ‘고릴라 아머’와 티타늄 프레임을 검증하겠다면서요. 우선 자신의 배꼽 위치에서 수차례 떨어트렸습니다. 앞, 뒤 등 기기가 골고루 땅에 닿게요. 앞면이 지면과 충돌했을 때 액정에 작은 흠집이 났지만 작동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나머지 낙하 실험에서는 프레임에 경미한 상처만 났고요. 역시나 작동은 정상적으로 됐습니다.
또 다른 영상은 더욱 공세적입니다. 티타늄 프레임을 드릴로 갈았는데요. 불꽃이 튀며 패이나 싶더니 마감재만 살짝 벗겨졌을 뿐 프레임 자체는 탈 없이 버텼습니다.
액정은 다른 방식으로 괴롭혔습니다. 작은 돌이 섞인 흙을 뿌리고 손으로 마구 비벼댔습니다. 흠집이 났을까요? 나중에 흙을 털고 천으로 닦자 멀쩡한 액정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렇게 긁어대도 소용이 없던 겁니다.
애플과 튼튼함 놓고 신경전
이처럼 갤럭시 S24 울트라의 내구성이 조명되자 ‘맞수’ 애플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최근 아이폰15의 견고함을 강조한 새 광고를 선보인 건데요. 한 여성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넘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폰이 바닥에 나뒹굴며 흙이나 돌 따위에 마구 부딪칩니다. 그리고 영상 말미에 “세라믹 쉴드, 어떤 스마트폰 보다 튼튼합니다. 안심하세요, 아이폰입니다”란 문구가 나옵니다. 세라믹 쉴드는 애플이 코닝과 협업해 개발한 강화유리인데, 광고를 통해 우수한 내구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려는 겁니다.
갤럭시 S24 울트라가 촉발한 삼성전자와 애플 간 ‘힘 대 힘’ 대결은 사실 더 큰 시야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애플에 1위 자리를 내줬는데요. 이는 2010년 이후 13년 만의 일입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 A 시리즈 등 보급형 라인이 힘을 내며 출하량 1등을 지켰는데, 지난해 프리미엄 기종의 선호도가 높아지며 애플이 역전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에게 신규 갤럭시 시리즈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프리미엄 라인인 S 시리즈가 분발해야 달라진 소비자 기호에 부응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그 중심에는 가장 인기를 누리는 울트라가 있고요. 그래서 궁금합니다. 울트라가 삼성전자 자존심 회복의 결정적 ‘키’가 될까요?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 지형 변화가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