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즉석조리 신제품 출시
그 달에 어울리는 와인 소개
마지막 주엔 시니어 용품 할인
만족도·방문율 한 번에 잡는다
“매달 새로운 간편 먹거리를 출시하고 마지막 일주일 동안 시니어를 위한 할인전을 열겠다”
이마트가 소비자와의 약속을 연이어 선언하고 있다. 올 들어 내세운 공약만 어림잡아도 셋이다. 매달 즉석조리 신제품 출시, 그달에 어울리는 와인 소개, 마지막 주에 노년만을 겨냥한 할인 대전을 열겠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왜 확언과 이행으로 점철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걸까? CNB가 전략과 속내를 살펴봤다. (CNB=선명규 기자)
기약한 날이 장날이다.
먼저 이마트는 즉석조리매장 ‘키친 델리’에서 2주에 한 번씩, 한 달에 두 번 꼴로 신상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비정기적이던 신상품 출시를 정례화한 것으로, 상품 구성을 주기적으로 다양화해 매대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시도다.
약속 이행을 위한 유기적인 체계를 만들었다. ‘신상품 출시-점포·바이어 피드백-할인행사’로 이어지는 삼박자다.
신상품 출시 일주일 뒤 상품을 개발한 바이어와 점포 현장을 대표하는 판매본부가 상호 피드백 시간을 갖는 것이 먼저. 이어 신상품 운영과 관련된 고객과 직원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해 상품성을 높이거나 운영 방식을 개선한다. 그 다음 주차에는 일주일간 할인행사를 진행해 델리 신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순서다.
잘 갖춘 체계로 기대되는 또 다른 효과는 일의 효율 향상이다. 이마트 측은 이를 통해 “매장 직원들이 신상품 출시일을 미리 인지함으로써 레시피 준수, 품질 관리 등과 같은 업무 집중도를 높여 품질에 대한 신뢰도까지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약한 또 다른 날은 매달 마지막 일주일이다.
이때는 노년층을 위한 기간이다. 이마트는 2월말부터 ‘시니어 위크’를 열고 있다. 첫 행사에서는 성인용 패드·기저귀류·언더웨어 등의 시니어 용품과 간병에 필요한 제품을 최대 50% 할인해 판매했다. 이마트는 이 같은 ‘시니어 위크’를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노년층을 위한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월간 계획도 세웠다.
이마트는 3월부터 ‘이달의 와인’을 선정해 저렴한 가격에 내놓고 있다. 시작인 3월의 주제는 ‘봄’으로, 소생하는 계절에 어울리는 화이트와인 6종과 레드 와인 2종, 스파클링/로제 와인 각 1종씩 총 10종의 와인을 선보였다.
할인 판매뿐만 아니라 각 와인에 얽힌 정보를 제공해 습득하는 맛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와인 초급자인 ‘와린이’들의 한 단계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측은 “Wine&Liquor(와인&리쿼) 매장이 입점된 33개점과 성수점 등 총 34개점에서 ‘이달의 와인’을 시범 운영한 후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되는 시장’에 박차를
이마트가 신상품 출시와 할인을 약속한 품목에는 공통점이 있다. ‘즉석조리제품, 와인, 노년층’은 “되는 시장”이란 점이다.
와인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홈술’이 유행하는 가운데 상당한 주류(主流)로 떠올랐다. 특히 MZ세드를 중심으로 맥주와 소주 같은 흔한 주종에서 탈피해 새로운 술을 접하려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와인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와인 매출의 경우 15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5% 신장하며 사상 최대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마트 와인 전문매장인 Wine&Liquor(와인&리쿼)가 입점한 33개점의 와인 매출은 지난해 33.6% 신장하며 이마트 전체 와인 매출 신장률을 크게 상회하기도 했다.
즉석조리 제품도 마찬가지. 집콕의 일상화로 간편 먹거리 수요가 늘어나자 이마트 델리 매출은 작년 한 해 21% 신장한데 이어 올해(1~2월)도 10%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 용품 시장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고령자 통계 발표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요실금 전용 시니어 위생용품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이다.
유한킴벌리와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약 651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시니어 위생용품 시장은 지난 2021년 약 836억원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자 이마트의 지난 2021년 아동 기저귀 매출은 20년 대비 약 10%가량 감소한 반면, 시니어 위생용품 매출은 20년 대비 22.4% 증가하기도 했다.
멀어져간 소비자의 발길을 돌려라
이렇듯 이마트가 급증한 수요를 잡기 위해 내세운 전략이 공약이다. 찾아가야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만들어 고객 방문율과 만족도를 동시에 높이려는 것이다. 그날, 그 주에 가면 새로운 상품이나 할인 제품이 있다는 보장을 통해서다.
여기에는 대형마트의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편의점 3사(GS25·CU·세븐일레븐 등)의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역전에 영향을 미쳤다. 북적대는 대형마트보다 집과 가까운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대형마트 입장에선 멀어져가는 소비자를 다시 불러들여야 하는 상황.
이마트 관계자는 CNB에 “온오프라인 쇼핑 채널이 다양해진 가운데, 고객이 이마트를 계속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리뉴얼, 상품 다양화, 고객 서비스 강화, 마케팅 등 다양한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이마트만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