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임직원 앞에 선 이재현 회장
“최고인재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 주문
직급 체계 간소해지고 일도 아무데서나
미래먹거리 창출 위해 쉼없이 도전 계속
CJ그룹이 혁신을 향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조직의 기본 구성인 직급 체계부터 근무 방식까지 전부 손봤다. 이는 이재현 회장이 직접 임직원에게 그룹의 혁신성장 방향을 설명한 뒤 일어난 변화다. 도약대에 올라선 CJ그룹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CNB가 들여다봤다. (CNB=선명규 기자)
지난해 말,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특별 제작한 동영상을 통해 구성원 앞에 화자(話者)로 등장했다. 지난 2010년 ‘제2 도약 선언’ 이후 11년 만에 임직원 앞에 선 것. 그만큼 이 회장의 입에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 회장은 이전처럼 직접 사업비전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4대 성장엔진으로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를 꼽으며 앞 글자를 딴 'C.P.W.S'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3년간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래 혁신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청사진을 비추면서 특히 이 회장이 강조한 것이 있었다. 최고인재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이다. 이 같은 강경한 천명 이후 조직 내 변화는 급격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날씬한 조직으로
먼저 직급 다이어트를 했다. 기존 6개 임원 직급(사장·총괄부사장·부사장·부사장대우·상무·상무대우)을 올해부터 ‘경영리더’로 통합하기로 했다. 한껏 단출해진 것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경영리더’들은 앞으로의 성과에 따라 자리 바뀌는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가령 성과를 내고 맡은 업무범위가 넓을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고 더 빨리 주요보직에 오르는 식이다.
CJ 측은 “체류 연한에 관계없이 부문장이나 CEO로 조기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역량 있는 인재의 조기발탁 및 경영자 육성 시스템이 구축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쪼개진 직급들을 몇 가닥으로 묶었다.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CGV, CJ푸드빌 등은 기존 7단계의 직급체계를 3~4단계로 축소했다.
이번 조직 개편의 또 다른 주요 기준은 공평함이다. CJ ENM 엔터테인먼트부문의 경우 대리, 과장, 부장 같은 직함을 없애고 수평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승진을 위한 체류연한이나 연차에 대한 개념도 사라져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누구라도 10년 내 스타 크리에이터나 경영리더(임원) 등으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와 같은 대대적 수술은 이재현 회장이 강조한 ‘누구에게나 열리는 기회’에 잇닿아 있다.
이 회장은 임직원에게 혁신성장 전략을 제시하면서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나이, 연차, 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특히 새로운 세대들이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며 의지를 나타냈었다. 사람이 이번 변화의 핵심이란 얘기다.
출근은 원하는 곳으로
직급 체계는 간결하게 정리됐다. 이제 일하는 방식이 바뀔 차례다.
CJ그룹의 눈에 띄는 변화는 직원 자율에 맡긴 근무지 선정이다. 이를 위해 여러 곳에 이른바 거점 오피스인 ‘CJ WORK ON’를 마련했다. 임직원들은 집에서 가깝거나, 또는 거래처와의 미팅 등 업무에 따라 일하기 편한 장소를 선택해 근무할 수 있다.
우선 수도권 CJ 주요 계열사 사옥을 거점화해 했다. △서울 용산구(CJ올리브네트웍스, CJ CGV) △서울 중구(CJ제일제당센터) △경기 일산(CJ LiveCity)에 160여석 규모의 일할 공간을 마련했다. 앞으로 강남 등 수도권 핵심지역을 비롯해 경기, 제주도 등에도 거점 오피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일할 공간의 선택지도 넓어졌다. 다음은 근무 시간의 유연함이다.
CJ는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도를 그룹 전반으로 확대 중이다.
CJ(주), CJ제일제당 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직무 특성을 고려해 ‘일 또는 주 단위의 최소 근무시간’ 원칙만 지키면 요일별로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편성할 수 있는 선택근무제를 도입했다.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올해부터 매주 금요일 4시간의 오전 업무가 종료되면 일괄적으로 PC가 꺼지고 자율적 외부활동으로 전환하는 ‘비아이 플러스(Break For Invention Plus)’를 시행하며 사실상 ‘주 4.5일제’에 돌입했다.
휴가와 평가 방식도 혁신
일하는 시간 못지않게 쉬는 날에도 힘을 싣는다.
우선 임직원들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휴가제도를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5년마다 시행하던 ‘창의 휴가’ 제도를 3년, 7년차에도 쓸 수 있도록 했다. 기존 5년 주기 외에도 3년, 7년을 경과하면 최대 4주간(연차 포함)의 휴가를 통해 역량 개발, 트렌드 경험 등 자기계발의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근무 분위기는 이처럼 한층 자율적으로 변모했다. 그렇다면 평가는 어떻게 할까?
방점은 공정함과 투명함에 찍힌다. 개인의 역량과 성과 기여도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상시 성과관리, 다면피드백 등을 골자로 한 새로운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CJ 관계자는 CNB에 “구성원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커리어를 설계하며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다양한 기회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피드백과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는 문화 안착 등 미래성장을 위한 조직문화 혁신에 지속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