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에 뜬 ‘금성오락실’ 가보니
슈퍼마리오 등 추억의 게임 즐비
음악부터 분위기까지 복고가 지배
어둑한 실내서 올레드TV 더 빛나
그들이 돌아오고 있다. 물건 살 때 한번은 써봐야 지갑을 여는 ‘익스피리언슈머’(experience+consumer)다. 기대와 우려 속에 ‘위드 코로나’가 현실로 다가오자 움츠렸던 이 소비층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체험을 중시하는 ‘익스피리언슈머’는 한동안 비접촉 기조로 인해 소비활동에 제약이 컸다. 이제 봉인했던 욕구를 풀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도 이들의 구미에 맞는 경험 전달에 집중한 요소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특명은 무엇을 겪게 하고 구매의 확신을 갖게 할 것인가. CNB가 어떤 손맛을 전하는지 각양각색 킬링 포인트를 짚어본다. 3편은 오락실을 연 LG전자 이야기다. (CNB=선명규 기자)
시청(視聽)은 보고 듣는 것이다. 화면을 그저 바라보는 행위에 적합한 단어다. 상당히 수동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시청은 TV 뒤에 찰떡같이 붙어 쓰인다. 틀어놓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정적인 TV를 체험할 수 있을까? LG전자가 성동구 성수동에서 다음달 19일까지 운영하는 팝업스토어 ‘금성오락실’은 ‘이색 체험’이란 구호를 내세운다. 격투대전, 레이싱 등 게임기를 여러 대 놓고 그에 어울리는 크기와 성능의 올레드 TV를 배치했다. 게임하는 동안 자사 제품의 우수한 화질을 체험하라는 단순명료한 운영 방식인데, 가지고 노는 재미가 쏠쏠해 장사진을 친다. 지난달 28일 이곳을 찾았다.
PC방 아닌 오락실 ‘추억 소환’
도로를 곁에 둔 붉은 벽돌 건물에 빨간 글자가 양각(陽刻)처럼 도드라졌다. 작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성, LG의 옛 이름이다. 오락실, PC방이 아니다. 복고풍의 침투는 이름에서 끝이 아니다. 과거에서 돌아온 두 단어가 합쳐진 ‘금성오락실’에 들어가려면 회전문을 밀어야 한다. 문이 돌아가면 시간도 돌아간다. 갑자기 분위기가 20세기 디스코텍이다. 반짝반짝 내려진 발을 걷고 들어가자 디스코풍 음악이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입장하면서 조심스레 원스텝 투스텝을 밟는 이도 있었다. 추억 속에 갇힌 내적 흥에 균열이 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맛 볼 것은 되살아난 몸놀림이 아니라 손맛이다.
‘타닥, 타닥, 다라라라라’. 손가락 두개로 버튼을 연속해서 긁는 소리를 듣자 여기가 과연 오락실임을 실감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쓰는 PC방에선 듣지 못할 소리다. 그 시절 어머니의 등짝 스매시를 감수하고 오락실 꽤나 다닌 아재(아저씨)들의 손놀림은 건재했다. 어찌나 빠른지 화면 속 전투기에서 빔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이어져 나갔다.
조이스틱 잡고…옛 손맛 그대로
“필살기(폭탄 투하) 안 써도 셋째 판까지는 가지!” 40대 초반인 전성일 씨가 조이스틱을 붙잡고 말했다. 그의 머리 위에 부착된 전광판에서는 이런 문구가 나왔다. ‘100원으로 행복했던 그 시절 그 게임’
전 씨와 동년배인 게임이 많다. 대략 눈에 띄는 게임만 봐도 족히 현재 나이 마흔 근처다. 스트리트 파이터, 더블 드래곤, 슈퍼마리오는 1980년대생이다. 이 게임들이 플레이되는 게임에선 추억 소환을 부추기는 효과음이 흘러나왔다. 류가 장풍을 쏘는 ‘아도겐’, 마리오가 버섯을 먹는 ‘또잇’ 하는 간단한 소리에 방문객은 마치 록밴드 무대를 접하듯이 열광했다. 누군가에겐 이 소리가 그때 들은 그룹 퀸이나 너바나의 노래와 같은 것이다.
연식 높은 게임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이후 나온 나름의 신작들도 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카트라이더, 크레이지 아케이드, 피파온라인 등이다. 상대적으로 어려 보이는 게임들이다.
어둑한 실내서 ‘화질 체험’을
과거의 오락실과 현재의 오락실 차이는 동전 유무다. 예전에는 게임기 위에 동전을 차례로 놓아 다음 순서가 누구인지를 증명했다. 금성오락실에는 이러한 광경이 없다. 동전 투입구조차 없다. 무료로 운영되는 까닭에 자리가 나면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다.
또 다른 차이는 화면이다. 과거에는 CRT 모니터처럼 앞으로 볼록 튀어나온 작은 화면을 보며 장풍키를 조작했다. 어둑한 실내서도 깨진 픽셀이 보일 정도였으나 몰입도는 최상이었다.
LG전자가 이번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가장 강조하는 것이은 화질이다. 3~40년 전 오락실처럼 실내를 어둡게 꾸몄다. 전체적으로 조도가 낮다. 마치 비교해보란 듯이. 그 가운데 올레드 TV 10여대를 배치하고 게임을 즐기게 했다. 레이싱 게임의 경우 48형 TV 3대를 붙여 몰입감을 극대화 했다. 체험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게임하는 동안 자연스러운 시청을 유도한 것이다.
김선형 LG전자 한국HE마케팅담당은 “LG 올레드 TV의 차원이 다른 화질과 게이밍 성능을 앞세워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와 적극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