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드문 드문 안다니는데 장사는 무슨? 45년째 장사하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2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홍순분(74)씨는 설 대목 매출을 묻자 손사래를 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유행 전인 작년 설 전 매출보다 지금이 딱 반 토막이다. 너무 힘들다"라며 푸념했다.
설 연휴를 1주일여 앞둔 이날 사람이 붐비는 낮 시간대 찾은 서문시장은 여전히 한산했다. 중심가에는 사람이 꽤 있었으나 옆 골목과 건물형 상가에는 찾는 이의 발길이 뜸했다.
대구시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를 오는 14일까지 2주간 연장하면서 선물은 물론 제수 구매까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설 특수'를 기대하던 시장 상인들은 "더는 버틸 여력이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한 상인은 "가족끼리 모이지도 못한다는데 차례상을 제대로 차리겠느냐"며 "가뜩이나 지난해 매출이 줄어 힘들었는데 명절 대목마저 사라질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수산물과 건어물 가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맘때면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많은 손님으로 북적였는데, 최근에는 유독 한산하다는 게 상인들의 얘기다.
코로나19 여파로 제수 물가도 많이 오른 탓이다. 일부 상인들은 손님을 기다리다 허공을 바라보거나, 어두운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가끔 목격됐다.
20년째 수산물을 판매하는 강모(59)씨는 "제사 때 사용할 생선을 사러 오지만 예년에 10만원어치 살 거를 5만원 어치만 사가는 등 시장을 찾은 손님들도 높아진 물가에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마침 장을 보러 나온 최모(67)씨는 "종갓집이라 매년 제사음식도 많이 하고 50명 이상이 모였었는데, 친척 수도 줄어들고 생선·채소·과일 물가도 크게 뛰어 구매 품목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문시장 1지구의 한복을 판매하는 매장에는 직원들만 눈에 띄고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15년째 한복점을 운영하는 이모(62)씨는 "설은 고사하고 코로나19로 결혼식도 다 미루거나 간소하게 하는 분위기라 한복을 찾는 손님들이 없다"며 "매출이 떨어져 장사를 접는 사람들도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범수 서문시장상가연합회 회장은 "코로나19로 올해 설 대목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전통시장 상인들이 계속해서 타격을 입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