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옥환기자 |
2020.11.19 11:09:38
택배, 배달을 비롯한 ‘플랫폼 노동자’의 과로사와 열악한 노동 여건이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부산의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가 나왔다. 그 결과 이들은 열악한 수입구조와 위험한 노동환경, 불안한 고용환경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연구원은 19일 위와 같은 내용으로 ‘부산시 플랫폼 노동자 실태와 공적 지원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의 플랫폼 노동자는 지난 6월 기준 6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부산지역 취업자의 3.7%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리운전으로 8000여명이며 이어 음식배달 4000여명, 쿠팡 플렉스 참여자 3000여명, 퀵서비스 2300여명 등으로 추산됐다. 이외에도 개인 번역, 애니메이션 기초작업 등 각종 플랫폼을 활용하는 직군이 파악됐다고 부산연구원은 전했다.
앞서 부산연구원은 지난 7월 17~27일 부산지역 플랫폼 노동자 3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그중 79.1%가 전업자인 것으로 확인했다. 이는 즉 플랫폼 노동을 통한 수입이 가구 전체 소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유형별 평균 월 순수입을 살펴보면 ▲대리운전 109만 7900원 ▲퀵서비스 98만 9100원 ▲음식 배달 184만 6600원 ▲쿠팡 플렉스 참여자 114만 6200원으로 부산연구원은 집계했다. 그 가운데 대리운전과 퀵서비스는 총수입 가운데 플랫폼 수수료가 2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일감 기준으로 보수가 결정되는 플랫폼 노동 특성에 따라 소득을 높이기 위한 무리한 노동으로 다수의 근무자가 안전사고와 질병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 결과 노동자의 74.3%가 교통사고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41.2%는 플랫폼 노동으로 건강이 점점 나빠진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건강검진을 받을 시간이 없어 질병을 조기 발견 후 치료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자의 23.7%는 플랫폼 일과 관련한 새로운 질병이 생겼다고 응답했으며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이 많은 대리운전과 퀵서비스 종사자의 질병 발생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플랫폼 노동자의 급격한 증가로 고용 안정성도 저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노동자의 64.9%는 ‘일거리가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응답했으며 특히 올 초 코로나19 발생 이후 대리운전은 36.4% 수준이, 퀵서비스는 33.3% 수준의 일감이 감소했다는 응답이 나왔다.
노동 과정에서 금전적 손실과 고객의 폭언에 따른 감정노동의 수행 등 다양한 형태의 불이익도 경험했다는 응답이 나왔다. 응답자의 64.6%가 고객의 폭언, 폭행, 인격무시 등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그중 26.6%는 월 1회 이상 이같은 일을 경험했으며 업무 중 손실비 자체 처리 비율도 50.6%나 됐다.
이에 부산연구원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로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사항을 반영해 ▲저임금 해소 ▲안전권 보장 ▲조직화 지원 ▲고용안전망 확대 ▲노동환경 개선방안 등 15가지 공적 지원 과제를 제시했다.
이번 책임연구를 맡은 손헌일 연구위원은 “실태조사 결과, 부산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 조건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앙정부의 법, 제도 개선에 많은 시간이 드는 만큼 시의 신속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