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 중견기업 41개사를 대상으로 ‘대구지역 중견기업 현황조사’를 실시했다고 8일 밝혔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중간에 위치하는데 산업부 발표에 따르면 대구지역에는 지난 2018년 결산 기준으로 111개의 중견기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기업의 0.1%에 불과하지만 지역 고용의 약 3%, 매출액의 16% 정도를 차지하며 지역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중견기업 마저도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진 가운데,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24.4%가 정책적 수혜를 위해 ‘중소기업으로 회귀를 검토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하더라도 지난 2월 산업부가 발표한 ‘2019년 중견기업 실태조사’상의 전국 평균 5.1%보다 높은 수치다.
일부 기업들은 중소기업 때 받던 각종 지원이 축소되거나 배제되기 때문에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도 중소기업에게 주어지는 ‘일자리·인력지원’(44.5%), ‘세제 혜택’(33.3%), ‘정책금융 지원’(22.2%)을 중소기업으로 돌아가길 검토한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중견기업들은 대기업에 가까운 규제를 적용받았고, 중소기업 위주의 지원 사업과 제도로 혜택을 받기 어려웠다. 금융지원 이용 시에도 높은 신용도 요구 등 불이익을 경험했다는 답변이 나오는 가운데 응답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악화되고, 채용 규모도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응답기업의 65.9%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해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하며, 자금사정이 악화된 주요원인으로 10곳 중 9곳이 ‘판매부진’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자금사정 악화에도 활용할 수 있는 정책자금이 마땅치 않았던 중견기업들의 올해 코로나19 관련 정책자금 신청률은 저조했다.
지역의 한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중견기업은 정책자금 신청이 불가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 업종 자체가 현재 금융권에 리스크 업종으로 분류되어 신규차입이 어렵고, 오히려 일부 상환 및 금리 인상 등을 요구 받고 있다”며 “해외법인 역시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나 정부 금융지원 대상에 미포함 돼 애로가 많다”고 토로했다.
한 서비스업계 관계자도 “코로나19처럼 단기간 충격이 아니라 장기화 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 중소, 중견처럼 기업규모에 따라 지원을 굳이 나눠야 하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편 응답 기업이 지난해 채용한 총 인원은 1천262명으로 기업 당 평균 30.8명을 채용했지만, 2020년도 채용계획인원이 총 469명으로 전년대비 793명 이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응답기업의 19.5%가 올해 신규채용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답한 가운데, 지난해 대비 채용인원이 감소한 응답기업은 전체의 63.4%를 차지했다.
응답 중견기업 중 수출 실적이 있는 기업의 비율은 48.8%였고,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초과하는 기업은 7개사로 응답기업의 17.1%를 차지했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제조업’(29.9%)이 ‘비제조업’(2.1%)에 비해 높았으며 규모가 클수록 수출비중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기업의 주요 수출국은 △미국(55.0%) △중국(50.0%) △EU(45.0%) 순이었고, 해외 현지 법인을 가지고 있는 응답 기업도 26.8%였는데,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리쇼어링을 검토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모두 ‘없다’고 답했다.
대구상의 관계자는 “지역 중견기업은 관련된 거래처가 400여 개가 넘을 정도로 관계된 회사도 많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지역 주력산업 부진과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어려운 상태”라며 “자생력이 있는 대기업과 지원사업 혜택이 큰 중소기업 사이에서 중견기업의 경영상 애로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에서 중견기업도 일정부분 보호해야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중견기업을 정부 지원 사업에 적극 포함하고 지원 폭을 늘리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