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수신료 통합징수’ 방송법 개정 가결…22년 만에 ‘거부권’ 법안 국회 통과
내란‧명태균 특검법 등 7개 법안은 재표결서 부결…국힘 5~6표 이탈 추정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최상목 전 대행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내란 특검법을 비롯해 명태균 특검법 등 모두 8가지 법안 중 7건이 1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무더기로 부결됐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내란특검법 △명태균 특검법 △상법개정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법 개정안 등 총 8건이 재표결을 거쳤다.
재의요구법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150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가결되기 때문에 300명 의원 전원이 출석할 경우, 200석 이상을 얻어야만 가결될 수 있지만, 부결될 경우에는 자동으로 폐기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처음 국회 문턱을 넘었으나 재표결에서 198표로 2표가 부족해 한 차례 폐기된바 있는 내란 특검법은 이날 무기명 투표 결과 재적 299명·찬성 197표·반대 102표로 최종 부결됐다. 이날 투표에 299명이 참여한 점과 여당 전체 의석수를 감안할 때 국민의힘에서 5~6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개정안도 찬성 196표·반대 98표·기권 1표·무효 4표로 부결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표결에서도 당론으로 부결 방침을 정했으나, 자당 소속 김재섭 의원과 권영진 의원이 기권을 택했으며 이번에는 최소 5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김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모든 주주까지 명문화하지 않고 지배주주의 독단적인 의사결정과 불공정한 승계 구조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찬성입장을 시사했으며, 같은 당 김상욱 의원도 “상법 개정은 주주의 주권 보호의 시작”이라며 찬성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리고 명태균 특검법도 찬성 197표·반대 98표·무효 4표 폐기 수순을 밟게 됐으며 이 밖에 △반인권적 국가 범죄 시효 특례법, 찬성 188표·반대 110표·기권 1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찬성 190표·반대 105표·무효 4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찬성 192표·반대 105표·무효 2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법 개정안, 찬성 192표·반대 104표·무효 3표로 모두 부결됐다.
다만 한국전력이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결합해 징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TV 수신료 통합징수’ 방송법 개정안은 찬성 212표·반대 81표·기권 4표·무효 2표로 이날 상정된 거부권 행사 법안 중 유일하게 가결됐다.
이는 민주당 등 범진보 진영 192명이 모두 가결에 투표했다고 가정하면 국민의힘 내 이탈이 20표 이상 나온 것으로 추정돼 정부에서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통과한 것은 무려 22년 만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023년 발간한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해외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노태우 정부 이후 국회 재표결로 법률로 최종 확정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최도술·이광재·양길승 관련 권력형 비리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1건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후임이 임명되지 않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재판관 임명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수습을 위한 ‘12·29 여객기참사특별법’과 파산선고 등에 따른 결격 조항 정비를 위한 여성가족위원회 소관 5개 법률 개정안도 가결됐다.
특히 이날 본회의에서 가결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직무 정지 등의 사유로 권한대행 체제가 된 경우,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 3명은 임명‧지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더구나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 도래에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경우,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계속해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