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HMR)시장이 블루오션으로 성장하면서 호텔, 백화점은 물론, 제약사까지 뛰어들고 있다. 그동안 ‘저가’가 무기였다면 최근에는 기능성을 내세운 고가 ‘프리미엄’ 제품군도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집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늘면서 외식업계는 더욱 위축되는 분위기다. (CNB=이동근 기자)
호텔 인기제품→가정간편식 변신
1인가구 넘어 ‘HMR시장’ 쑥쑥 커
가성비·실용·프리미엄…3단계 진화
HMR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6년 국내 판매액(출하가격 기준)은 전년 대비 29% 증가한 약 2조1709억원에 달했다. 2010년 약 9000억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춰보면 상당히 빠르게 커진 것이다.
이같은 성장세는 앞으로 더 이어질 전망이다. 조상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의 한국 시장 규모는 일본의 1990년대 초반 수준”이라며 “(일본과 비슷한 추이로 성장한다면) 10년 뒤에는 17조원까지도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현재 이 시장의 선두는 ‘햇반’ 브랜드를 내세운 CJ제일제당이다. 이 회사는 약 5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어 오뚜기가 약 25~30%로 2위, 동원(비비고)가 약 5~10%로 3위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저렴하면서 괜찮은 소위 ‘가성비’와 편리함으로 소비자들을 확보해 왔다.
이 같은 시장에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음식 유통업체가 아닌, HMR이 주력이 될 수 없을 것이라 여겨졌던 업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간편식 ‘춘추전국시대’
가장 눈에 띄는 업계는 프렌차이즈 분야다. 프렌차이즈 업계에 있어 간편식은 소비자를 빼앗아 가는 존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이들은 온라인몰 등을 통해 기존 히트 제품들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치킨 프렌차이즈 ‘굽네치킨’은 온라인 ‘굽네몰’에서 ‘굽네 가정식 맛보기세트’를 판매하고 있으며, ‘맘스터치’는 지난해 ‘대중·소중 삼계탕’ 출시 뒤 ‘파칼칼닭개장’과 ‘파송송닭곰탕’ 등을 팔고 있다. BBQ는 HMR 제품 30여종을, 교촌은 ‘맛솔’ 닭갈비와 ‘궁중찜닭’을 판매하고 있다.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도 ‘홍콩반점0410 해물肉(육)교자’를 내놨다. 또 ‘본죽’ ‘본죽&비빔밥카페’를 운영하는 본아이에프는 ‘아침엔본죽’, ‘죠스떡볶이’를 운영하는 죠스푸드는 편의점용 죠스떡볶이(컵) 제품으로 진출했다.
이밖에 스쿨푸드, 놀부부대찌개, 장충동왕족발, 불고기브라더스, 유가네닭갈비 등 수많은 프랜차이즈가 자사 메뉴를 활용한 다양한 HMR 제품을 제조, 판매 중이다.
이처럼 프렌차이즈 업계가 HMR 분야에 진출하는 이유는 기존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줄었기 때문. 이를 HMR 판매 수익으로 보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프렌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CNB에 “아직 HMR은 ‘잡수익’ 정도로 큰 수익이 나는 편은 아니지만, 갈수록 매출이 증가하고 있어 무시하기 어렵다”며 “직접 가게에서 먹는 만큼의 만족감을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가맹점의 반발에 대해서는 “일부 그런 목소리가 있긴 하지만, 아직은 소비자층이 다르다고 판단된다”며 “차별점을 살릴 예정”이라고 답했다.
호텔·백화점, ‘프리미엄’ 시장 개척
비(非) 식품업계인 유통업계도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프리미엄 HMR’이라는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17년 11월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와 함께 HMR ‘원테이블’을 선보인 뒤 밀키트 ‘셰프박스’, 연화식 HMR ‘그리팅 소프트’를 선보였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지난해 12월 식품 자체브랜드(PB) ‘고메이494’를 활용한 간편식을 내놨다. 이들 제품은 고가이지만 판매 실적이 좋은 편이다.
호텔업계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워커힐은 올해 1월 명월관 갈비탕을 출시했는데, 워커힐에서 판매되는 메뉴 중 인기 제품들을 HMR 상품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조선호텔은 지난해 중식당 호경전의 볶음밥 2종을 내놨다.
프리미엄 HMR 시장은 ‘제대로 된 식사’를 원하는 소비자층에게 호응을 얻어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해 가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한국야쿠르트가 출범한 HMR 브랜드 ‘잇츠온’가 비교적 고가임에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으며, 제약사인 광동제약도 지난해 말 ‘광동약선’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들 역시 프리미엄 HMR로 분류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CNB에 “1인가구·맞벌이가구 증가로 HMR 시장이 성장해 왔다면, 이제 ‘직접 사먹는 것’ 이상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제품군이 다양화 되고 있다”며 “시장이 더 커질 것은 분명하지만, 앞으로는 가격이든, 퀄리티든 확실한 특성을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는 오는 5일까지 HMR 안전관리를 위한 전국 일제 점검을 실시한다. 6개 지방식약청, 17개 지방자치단체,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이 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전국의 HMR 제조업체, 편의점, 마트 등 5000여곳을 들여다보고 있다. ▲무신고 영업 ▲부패·변질된 원료 사용 ▲유통기한 경과제품 사용 ▲식품의 위생적 취급 ▲종사자 건강진단 실시 등에 관한 사실 여부를 따지며,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직접 구매해 식중독균 오염 여부를 가린다.
(CNB=이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