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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노른자위 지켜라” 임대 만료 앞둔 롯데쇼핑 영등포·서울역점 가보니

평일에도 북적…사고팔고 최고 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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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수식기자 |  2019.01.25 13:04:36

롯데마트 서울역점 입구. (사진=김수식 기자)

롯데쇼핑의 한숨이 깊다. 주력 점포인 롯데마트 서울역점과 롯데백화점 영등포역점이 올해 말 영업기한이 만료돼 재입찰에 들어가기 때문. 교통 요지에 위치한 두 점포는 그동안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그래서 롯데 입장에선 놓치고 싶지 않은 점포다. 롯데는 이곳을 지켜낼 수 있을까. (CNB=김수식 기자)

영등포·서울역점 올해 임대 만료
영토확장 나선 신세계, 롯데 위협
롯데 “수십년된 점포 절대 못내줘”


롯데쇼핑은 서울역에 롯데마트를, 영등포역에 롯데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4500억~5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영등포점은 서울에서 3~4위 안에 드는 알짜 점포다. 서울역점도 연 1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 말이면 두 곳 다 영업기한이 만료된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임대를 줬는데 국유재산법에 따른 사용허가 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서울역과 영등포역 민자역사를 운영하는 철도시설공단은 다음달 사업자 모집 공고를 낼 계획이다. 6월까지 사업자를 선정한 뒤 6개월간 인수인계 작업을 거칠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롯데가 그대로 운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형마트가 새로 입점하면 유통산업발전법에 의거해 인근 재래시장 상인들과 상생협약을 맺어야 하는데, 기존 사업자인 롯데는 상생협약을 새로 맺을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롯데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형국이다.

문제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다. 지난해 말 인천점을 롯데백화점에 내준 신세계백화점과 오는 8월 수익 악화로 구로점 영업을 종료하는 AK플라자(애경)가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 신세계는 바로 옆에 있는 영등포점,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와 묶어서 시너지 효과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는 애경그룹에게도 매력적인 매물이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사진 위쪽)과 롯데마트 서울역점. (사진=김수식 기자)

이처럼 ‘노른자위’로 소문난 두 곳을 지난 22일 방문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는 외국인이 많았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곤니찌와. 하지메마시테 도-조 요로시쿠. 아리가토-고자이마스.”, “닌 하오, 젠다오 닌 헌 까오싱. 쎄쎼 닌.”

전 세계 언어를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이곳은 외국인이 많이 찾는 명동과 광화문 등 서울 시내 명소와 가깝다. 무엇보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공항철도가 이곳에 있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자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캐리어를 들고 이동하는 외국인 일행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인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니 롯데마트 서울역점 직원들도 외국어가 능숙해 보였다. 기자가 시식코너에 다가가자 한 직원이 웃으며 한국어와 함께 일본어, 중국어로 인사를 한다.

시식 코너 직원은 습관적으로 외국말이 나온다고 했다. 그는 “간단한 인사나 상품 소개 정도는 외국어로 설명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발길을 돌리는 순간 그 직원은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태국어로 인사를 했다.

서울역점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사진=김수식 기자)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평일 한 낮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전국각지 고객 모이는 영등포

서울역점을 나와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롯데백화점 영등포역점으로 갔다.

영등포점이 위치한 영등포역은 지하철 1호선과 경부선이 정차하는 곳이다. 2010년 11월부터는 KTX가 정차하며 서울과 지방을 잇고 있어, 유동인구가 많다.

영등포점에 도착해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3시 20분. 손님이 있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우선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젊은 엄마들이 눈에 띄었다. 넥타이를 맨 직장인도 더러 보였다.

손님과 점원이 나누는 이야기에서 다양한 지방의 사투리가 들렸다. 이곳이 서울과 전국 각지를 잇는 곳이라는 점이 새삼 실감났다.

충남 천안에서 출장을 왔다가 돌아간다는 직장인 최모 씨는 기자에게 “서울로 출장을 자주 온다. 그때마다 기차를 이용하는데 기다리는 시간에 백화점을 구경하며 아내와 아이에게 줄 선물을 산다”고 말했다. 이어 “곧 설이라 부모님께 드릴 선물도 구입했다”고 덧붙였다.

프리랜서로 일한다는 고모 씨도 “2년 전 결혼을 하고 평택에 신혼집을 마련했는데 직장이 서울이라 매일 영등포역에서 내린다”며 “얼마 전 아내가 임신을 했는데, 퇴근할 때 종종 이곳에 들러 아기 용품을 구경하고 사기도 한다”고 말했다.

‘승자의 저주’ 우려도

이처럼 롯데마트 서울역점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매출로 보나 방문객 수로 보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점포다. 오랜 역사도 자랑거리다. 서울역점은 2004년, 영등포점은 1991년 개장했다. 롯데로서는 반드시 지켜야하는 곳이지만 상대방 또한 결코 물러 설 수없는 한판승을 예고하고 있다.

 

지하철역 방향과 롯데 점포를 함께 알려주는 방향판이 있다. (사진=김수식)

하지만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규 사업자 입장에선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인근 전통시장과 상생협약을 해야 하는데, 적잖은 부담이 되기 때문. 매장 1㎞ 이내 전통시장과 협의해 지역협력계획서 등을 철도시설공단에 제출해야 하는데, 서울‧영등포역 인근에는 각각 남대문시장과 영등포 청과시장이 있다.

매장 운영 기간이 짧다는 것도 단점이다. 국유재산법에 따른 사용허가 기간은 기본 5년에 한 차례 연장 시 5년을 더해 최장 10년으로 제한된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대형 유통시설은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 최소 20년 영업이 보장돼야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서울역과 영등포역이 핵심 상권임은 분명하지만, 여러 규제들 때문에 업체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NB=김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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