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 아무리 돈이 소중해도 사람보다 더 소중할 수 없다는 뜻의 속담이다. 요즘 이 속담이 유달리 가슴에 와닿는 건 끝없는 ‘갑질 논란’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갑질은 ‘언제’, ‘어디서나’, ‘어떻게든’ 일어나고 있다. 갑질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제멋대로 구는 짓을 말한다.
여기서 ‘우위’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선 ‘돈’을 가진 자가 돼가는 모양새다. 돈이 곧 힘과 권력이 되고, 거기서부터 갑질이 나온다. 그렇다보니 대기업에서 갑질 논란이 심심치 않게 터져나온다. 유통업계도 빠지지 않는다.
최근 롯데로부터 갑질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업자들이 공동대응을 진행 중이다. 피해자 업체들이 모여 ‘롯데피해자연합회’도 결성했다. 연합회가 추정하는 갑질 피해금액은 490억 원이다.
그칠 새를 모르는 유통업계의 갑질들
올해 5월 정의당이 개설한 대기업 갑질 신고센터에는 롯데 관련 신고가 20여 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시네마와 롯데마트, 롯데상사, 롯데건설 등 롯데의 여러 계열사가 포함됐다. 지난 10월 23일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롯데 갑질 피해자와 국회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롯데 피해자의 문제 제기, 공정위에 신고된 사건은 공정위 전체가 잘 알고 있다”며 “롯데의 갑질로 피해를 봤다는 분들의 신고 내용을 열심히 검토하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마트 홈플러스도 갑질 논란의 단골손님이다. 공정위가 발표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대규모 유통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총 15건 중에서 홈플러스 관련이 총 8건이었을 정도다. 각기 고발 4건, 경고 1건, 과징금 2건, 시정명령 1건 등이다.
공정위는 유통법 위반에 대한 시정조치 및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홈플러스가 3년간 3회 이상 관련법을 위반하는 등 ‘중대한 위반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 산정 기준의 40%를 더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홈플러스는 최근 배송 기사에게 갑질한 의혹도 받고 있다. 다른 대형유통점의 경우 배송기사에게 매일 마지막 피킹(출고할 상품을 물류 창고의 보관 장소에서 꺼내는 일)이 오후 5~6시이지만 홈플러스는 오후 6~7시까지 시켰다. 또 배송 외에 피킹할 물건을 정리해 옮기는 일도 배송기사에게 떠넘겼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통업계 갑질은 이뿐만이 아니다. 교촌치킨 회장 6촌 동생의 직원 폭행 영상이 보도됐고,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은 여직원을 성추행해 논란이 됐다. 봉구스밥버거 대표는 마약 투약 사건으로, 미스터피자 MP그룹 회장은 경비원 폭행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자숙하겠습니다.”
갑질 논란에 선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반복되는 갑질과 사과가 이제는 식상할 정도라니 안타깝다.
비단, 유통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전히 언론에서는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갑질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을 믿고 싶은데 사람을 믿을 수 없는 현실이, 갑질은 ‘언제’, ‘어디서든’, ‘어떻게든’ 나올거라고 믿는(?) 기자의 생각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