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가 메뉴가격을 최대 10% 인상한다고 밝혀 비난 여론이 거세다. (사진=연합뉴스)
강서구에 사는 주부 박모(50)씨는 “주말에 가족끼리 치킨을 종종 시켜 먹는데 한 마리당 2만원 가까이 하는 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네시장에서도 6000~7000원에 생닭을 파는걸 보면 왜 그렇게 치킨을 비싸게 파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토로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비비큐(BBQ)가 지난달 25일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치킨값을 올린다고 밝혀 빈축을 사고 있다.
황금올리브치킨은 마리당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2000원(12.5%) 오르고, 황금올리브속안심(1만7000→1만8000원), 자메이카통다리구이(1만7500원→1만9000원) 등은 평균 9~10%씩 인상될 예정이다.
따라서 BBQ의 모든 치킨이 2만원 전후로 형성되며, 4인 가족이 치킨 2마리와 맥주까지 곁들여 먹으면 5만원은 훌쩍 넘어가게 된다.
앞서 비비큐는 지난 3월 전국 모든 가맹점의 메뉴 가격을 일제히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가 세무조사 압박, 가격 담합과 부당 가격 인상 등 각종 불법 행위 여부를 점검한다고 압박하자 한 발 물러섰다.
사실 소비자들의 식탁 물가와 가장 밀접한 식품회사들은 당국의 감시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항상 기습적으로 가격 인상을 진행해왔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국이 혼란해진 틈을 타 지난해 늦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오비맥주, 농심, 파리바게뜨(SPC그룹) 등이 맥주, 라면, 빵값을 평균 5~6%가량 올렸다.
여기에다 선두주자 기업을 시작으로 담합이라도 하듯 뒤따라 제품값을 올리는 관행까지 있다. 지난해 롯데제과는 빠다코코낫 등 비스킷 5종, 월드콘과 설레임 등 아이스크림의 가격을 올렸다. 뒤이어 삼양식품도 짱구와 사또밥 등을 30%, 크라운제과는 빅파이 등을 최대 20%, 농심은 새우깡 등 스낵류 15종을 평균 7.9% 인상한 바 있다.
업계 1위 비비큐 역시 공공기관과 온 국민의 관심이 오는 9일 대통령 선거에 쏠린 틈을 활용해 총대를 메고 ‘꼼수 기습 인상’을 발표했고, 교촌치킨, 네네치킨, BHC 등 치킨 가격의 도미노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비비큐 측은 “지속적인 인건비, 임차료 상승과 과도한 배달앱 수수료 등으로 가맹점주들이 어렵기 때문에 메뉴 가격을 올린 것”이라며 “100% 가맹점주들로 구성된 마케팅위원회의 요청에 의한 것이며, 본사가 이득을 더 취하는 건 일절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비비큐 본사의 매출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제너시스비비큐의 매출은 21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 영업이익은 191억원, 37.7%가 올랐다. 반면 가맹점주의 수익은 공개조차 하지 않았다.
가맹점주는 어려운데, 왜 본사의 주머니는 두둑해졌을까?
사실 출시 한 달도 못 채우고 판매를 중단하게 된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사건을 들여다보면, 비비큐 본사가 가맹점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중간 수수료를 착취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난 2010년 프랜차이즈 치킨이 1만5000원 선에서 형성돼있었을 당시, 롯데마트는 5000원짜리 ‘통큰치킨’을 출시했다. 소비자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환영했고, 3배 가량 비싼 프랜차이즈 치킨값에 거품이 있다며 비난 여론이 거셌다. 또 “2주에 한 번 치킨을 사먹는데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논란은 더 가중됐다.
반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원가와 마진을 공개하며 정면대응에 나섰다. 프랜차이즈협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프랜차이즈 본사가 닭 가공업체로부터 납품 받는 절단닭의 생산원가는 3910원(1년 평균가격)이고, 본사가 이 닭을 가맹점에 공급하는 판매가격은 평균 5200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가맹점은 튀김기름·튀김가루·음료·포장박스 등 부재료를 포함해 본사로부터 평균 7000~7900원 선에서 공급받은 재료를 바탕으로 전기·수도료, 인건비 등을 들여 완제품을 만들고 배달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합치면 제조원가는 1만1000~1만2000원 선이며, 이것을 소비자들에게 1만5000원 정도에 판매, 가맹점주들의 마진은 치킨 한 마리당 3000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협회의 발표 내용을 두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더 악화됐다.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원가를 공개했고, 중간에서 본사가 얼마나 많은 폭리를 취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프랜차이즈 치킨의 유통경로는 ‘생닭(농가)→닭고기 가공업체(하림·마니커 등)→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비비큐·BHC 등)→체인가맹점→소비자 가격 1만5000원’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협회는 생닭 이외에 튀김기름과 가루, 각종 소스, 포장재, 치킨무 등 본사가 체인점에 납품하는 모든 부재료에 대한 원가와 중간마진, 로열티를 쏙 빼놓고 발표한 것이다.
반면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은 ‘생닭→닭고기 가공업체→롯데마트(통큰치킨)→소비자가 5000원’으로 판매된다. ‘프렌차이즈 본사’의 납품 과정 하나만 빠져도 이같은 저렴한 치킨이 탄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통큰치킨 사건 덕분에 프랜차이즈 치킨 기업이 가맹점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지 알게 됐지만, 결국 통큰치킨은 소비자들의 의중과 상관없이 출시 1주일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번 비비큐의 2만원 치킨 탄생은 정치적 이슈 시기와 맞아떨어지며 고의성이 다분하다. 더욱이 정말 가맹점주만을 위한 정책인지 의구심이 든다.
우리 주변 곳곳에는 저렴한 치킨집이 수두룩하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고가의 비비큐 치킨을 외면, 싼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고,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의 몫이기 때문이다.
특히 프랜차이즈 업계가 항상 가격 인상의 대표 요인으로 ‘건물 임대료’를 꼽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다. 그렇게 따지면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지점과 시골 읍내에서 파는 비비큐의 가격이 똑같은 것 자체가 불합리한 시스템이 아닌가?
비비큐 본사는 가맹점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돈을 가져가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고려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비싼 치킨을 사먹으라”고 하는 행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