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관광객에게 명소가 된 북촌, 익선동 한옥마을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서울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이 유서 깊은 지역이 1920년대 이후 근대적 부동산 개발을 통해서 만들어졌다는 건 잘 안 알려진 사실이다. 이 책은 식민지 경성에서 펼쳐진 부동산 개발의 뜨거운 현장을 들여다본다.
1920년대 익선동 166번지 개발을 시작으로 가회동과 삼청동 일대 북촌 한옥마을을 만들고, 봉익동, 성북동, 혜화동, 창신동, 서대문 등 경성 전역에 한옥 대단지를 조성한 인물 정세권. 건축왕이라 불리던 그는 경성의 부동산 지도를 재편하고 도시 스케일을 바꿨다.
경성 곳곳이 파헤쳐지면서 새 도로와 새 건물이 들어서는 대개발의 시대. 조선인 디벨로퍼들은 일본인들에게 밀려나 제 살던 지역과 주거방식을 잃어버리게 된 조선사람들을 위한 한옥 대단지를 건설했다. 정세권이 주도한 한옥 대단지 건설은 기존의 토지나 택지를 쪼개 여러 채 작은 규모의 한옥을 대량 공급해 조선인의 주거지역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부동산·도시계획 분야의 전문가인 저자 김경민 교수는 도시계획과 부동산 개발이라는 현재적 관점에서 당대 정세권의 부동산 개발을 조명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평가하며 경성 부동산 개발의 뜨거운 역사를 서술한다.
김경민 지음 / 1만 5000원 / 이마 펴냄 / 2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