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에는 전조 증상이 있다. 대표적인 게 윤기가 사라지고 가늘어진 모발이다. 또 정수리 부근 머리카락을 슬쩍 당기면 여러 개가 빠지기도 한다. 어느날 문득, 넓어진 헤어라인을 느낄 수도 있다. 또 하나 특징은 얇아지는 두피의 두께다. 두피는 모낭의 생존에 영향을 미친다. 튼실한 모낭이 건강한 모근을 키울 수 있다. 두꺼운 두피가 건강한 모발을 키우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다.
사람마다 모발의 굵기, 모낭의 깊이가 다르다. 두피의 두께도 두상 형태, 나이 등에 따라 일정하지 않다. 따라서 두피의 두께 변화 비교 대상은 타인이 아니다. 자신의 예전 두께와 견주어야 한다.
탈모인과 비탈모인의 두상을 만지면 차이가 있다. 두상이 딱딱한 느낌 비율이 탈모인에게 더 높다. 이는 탈모인의 두피 두께가 상대적으로 얇다는 의미다. 모발을 벼에 비유하면 볍씨가 모근, 모판이 두피다. 볍씨가 발아해 성장 하려면 모판의 흙이 찰지고 많아야 한다. 모판의 흙이 적고 메마르면 볍씨가 뿌리를 내릴 수 없다.
두피의 두께가 얇으면 모발이 자라는데 척박한 환경이 된다. 모발은 두피를 보호한다. 머리카락이 빠지면 두피에 자외선이 직접 미치고, 모세혈관이 좁아진다. 혈행 순환이 약해져 두피의 영양 공급이 준다. 탈모는 물론, 모낭도 빠르게 고사될 수 있다. 두피 두께가 얇아지고, 모발은 더 쉽게 탈락하는 악순환이 된다.
두피 두께의 축소는 노화, 스트레스, 생활습관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두께가 얇은 두피에 있는 모발은 뿌리를 깊이 내릴 수 없다. 지탱하는 힘이 약하기에 탈모가 쉽게 일어난다. 탈모 치료도 마찬가지다.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지는 두꺼운 두피 소유자의 탈모 치료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 모발이 빠진지 꽤 오래 됐어도 두꺼운 두피에서는 모낭이 튼실할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반면 두께가 얇은 두피는 모발이 살기가 적절하지 않아 치료율도 낮은 편이다.
두피 두께 유지에는 항산화제와 성장인자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두피의 혈행을 촉진하고, 위해물질을 제거하는 효과 덕분이다. 또 모발 성장 촉진력도 두피 건강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모발이 자라면 두피의 사막화가 멈춰 두피 두께가 얇아지는 것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탈모가 치료되면 두피는 약간 두꺼워지고, 부드럽고, 탄력적으로 변한다.
글쓴이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의학 칼럼리스트로 건강 상식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살가움과 정겨움이 넘치는 글로 소개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서로 ‘탈모 14번이면 치료된다’, ‘탈모 11가지 약으로 탈출한다’, ‘진시황도 웃게 할 100세 건강비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