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역사 공간은 동아시아, 동북아시아가 친숙하다. 그러나 역사와 역사공간은 구분되지 않는다. 한국 일본 중국의 역사는 동아시아, 동북아시아에 머물지는 않는다. 일본인 작가 우에다 마코토는 2005년부터 동유라시아(East Eurasia)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 그의 시각이 묻은 책이 동유라시아 생태환경사(어문학사 발간)다. 연세대 임성모 교수가 번역한 이 책은 ‘생태환경사’ 관점에서 ‘동유라시아’의 역사를 조망한 교양서다.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공간인식 틀에서 시야를 넓혀 중앙아시아, 시베리아, 동남아시아까지 포괄하는 인식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윈난성을 중심으로 한 차, 소금, 구리,보패라는 물자의 흐름과 인간사회의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육지와 바다의 유라시아사를 재구성하려 한 것이 이 책의 중요한 모티브다.
저자는 따르면 동유라시아 인식틀은 일본 학계에서 점차 인식되는 분위기다. 한국도 약간은 변화의 조짐이 있다. 국제관계론 분야나 역사학계 등에서도 동아시아보다는 동유라시아로 시야를 확대할 필요성이 언급되기도 한다. 책은 생태환경의 문제에 역사적으로 접근한 대중 교양서다. 동시에 공간인식의 틀과 관련된 시론적 문제제기를 한 질문서이기도 하다. 중국 윈난성을 중심으로 전개된 물류(物流)와 인류(人流)의 복합적인 양상을 장기지속적 관점에서 개관하고 있어 환경사 서술의 실제를 맛볼 수 있게 한다.
우에다 마코토 지음 / 임성모 번역/ 1만2천원 / 어문학사 펴냄 / 1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