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각사' '가면의 고백' '우국' 등의 작품으로 생전에 노벨문학상 후보에 두 번이나 오른 미시마 유키오. 그는 당대 최고의 소설가이자 황국주의자, 보디빌더, 엽기적인 할복 자살 등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일본 문단의 문제아였다. 이 작품은 그가 자살에 실패한 뒤, 68년 ‘플레이보이’지에 연재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유능한 광고회사 직원 야마다 하니오는 어느 날 밀려드는 허무함을 참을 수 없어 자신의 목숨을 팔려고 내놓는다. ‘목숨을 팝니다’로 시작하는 신문광고를 내자마자, 그의 목숨을 사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이야기는 폭주하기 시작한다. 수상한 생체실험으로 자살하기, 흡혈귀 엄마를 위한 혈액 공급원이 되기 등 황당한 의뢰를 거침없이 받아들여도 그의 자살은 본의 아니게 실패를 거듭한다.
생사에 달관한 듯 무심한 주인공의 태도는 그와 비견할 정도로 굴곡진 인생을 산 작가 미시마 유키오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그의 할복 자살 이전에 쓰인 이 소설은, 가벼운 통속소설의 형식 속에서도 작가의 진실한 불안과 고뇌를 느낄 수 있다.
미시마 유키오 지음·김난주 번역 / 1만 3000원 / 예문아카이브 펴냄 / 3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