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었지만 고위직 등에 오른 여성 리더가 아직도 드문 이유는 여성이 도전하지 않아서, 또는 여성 인재풀이 없기 때문에, 혹은 남자들이 남성들만 승진시키기 때문이란 분석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왔다. 바로 “고위직에 오른 여성이 부족하다기보다는 고위직 진출을 도와줄 사람, 즉 아내가 집안에 부족한 거죠.” 책 속 저자의 대사를 통해 왜 책 제목이 ‘아내 가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호주의 정치부 기자 출신 정치평론가 애너벨 크랩이 쓴 이 책은 가사 노동 불평등 현상을 산업혁명과 자본주의라는 사회구조적 문제로 촘촘하게 분석한 보고서다. 그는 여성에게도 아내가 필요한 이유뿐만 아니라 아내가 하는 일을 평가절하하고 부당하게 대우하는 이유까지 광범위하게 살펴본다.
일터에서의 노동과 달리 집안에서의 노동이 사소화되는 현상, 점차 심화되는 저출산 문제, 젊은 세대 감소 및 노년층 증가에 따른 사회적 부담의 확대, 장기화된 불경기와 고착화된 저성장 등 수많은 사회문제의 해결 실마리 또한 저 대사에서 찾을 수 있다. 페미니즘이 단지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류를 구원할 영역이란 것을 보여주는 이유기도 하다.
애너벨 크랩 지음 / 1만 7500원 / 동양북스 펴냄 / 4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