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글 잘 쓰는 과학자로 유명한 데라다 도라히코. 그는 일본 근대 물리학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동시에 최초의 과학 커뮤니케이터로도 정평이 나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속 등장인물인 괴짜 물리학자 간게쓰 군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과학자의 지적 호기심과 문학가의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는 글을 쓰며 이야기꾼의 면모를 발휘한 책이 이번에 한국에 출간된다.
그의 글은 장르를 분명히 정의하기 힘든 특성을 지녔다. 그의 에세이는 어느 순간 과학논문으로 읽히고, 그의 과학 논문은 어느 순간 가벼운 에세이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 책의 첫 장 ‘도토리’는 아내의 죽음이라는 가슴 아픈 사건을 다루지만, 결코 과장하지 않고 오히려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런가하면, 과학적 현상을 지켜보는 자세에는 유려한 문장과 생동감 있는 어조로 문필가로서의 저력을 발휘한다.
과학의 법칙이란 곧 ‘자연의 기억이 쓴 비망록’이란 믿음이 그로 하여금 계속해 글을 쓰게 만들었다. 일본이 과학 분야에서 여러 번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데에는 평생 사소한 의문으로 연구를 시작한 그의 공로가 크다.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 1만 5000원 / 한빛비즈 펴냄 / 2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