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기술 환경에서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비단 페이스북, 카카오톡 대화기록, 인터넷 검색어 목록뿐만 아니라 길거리의 수많은 블랙박스 카메라와 CCTV에 의도치 않게 기록을 남기게 마련이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국가와 사회는 다양한 방법으로 너무도 쉽게 개인의 삶을 감시할 수 있는 사회가 됐지만, 정작 개인은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숨길 수 있는 권리’에서 저자 대니얼 J. 솔로브는 ‘안보 대 사생활’ 구도의 논쟁을 분석한다. 일반적으로 사생활은 숨기고 싶은 것, 비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들 생각하지만, 많은 국가 안보 정책들이 이런 생각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그간 안보강화론자들이 내세워온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사생활은 희생돼야 마땅하다’는 논리에 이성적으로 반박하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자, 저자는 ‘사생활=비밀’이란 패러다임을 벗어나 사생활도 ‘사회적 가치’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니얼 J. 슬로브 지음 / 1만 5000원 / 동아시아 펴냄 / 3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