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길을 거닐 때면, 저 너머 편의점 불빛을 봐고 안심할 때가 많다. 새로운 도시에 찾아가도 편의점만큼은 친숙하고 믿을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편의점이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 환경을 유지하고, 친절한 서비스와 동일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완벽한 매뉴얼로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인간’은 이 철저한 매뉴얼로 인해 비로소 보통 인간인 척 살 수 있게 된 주인공이 등장한다.
같은 편의점에서 알바만 18년째인 36살 여자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 모태솔로에 대학 졸업 후 취직 한번 못해보고 줄곧 편의점 점원으로 살아왔다. 게이코는 계속 바뀌는 알바생들과 여덞 번째 점장과 일한다. 매일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정해진 매뉴얼대로 정리된 편의점 풍경과 “어서 오십시오!”란 구호에서 마음의 평안과 정체성을 얻었다.
하지만 적당한 나이에 일을 얻고 가정을 꾸린 주위 사람들의 수군거림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그녀 앞에 백수에 월세가 밀려 살던 집에서도 쫓겨나고 항상 남 탓만 하는 무뢰한, ‘시라하’가 나타나면서 겉보기에 평안한 그녀의 삶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저자는 2016년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순수문학상인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식 당일에도 “오늘 아침에도 편의점에서 일하다 왔다”며 “내게 성역 같은 곳인 편의점이 소설의 재료가 될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상까지 받았다”는 수상소감을 전했다.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18년 차 편의점 알바를 하며 소설을 썼다는 저자를 통해, 현대를 상징하는 편의점이란 공간에 투영된 오늘날의 인간상을 만날 수 있다.
무라타 사야카 지음 / 1만 2000원 / 살림 펴냄 / 1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