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단 37년째를 맞은 극단 독립극장이 일제하 여성 독립운동가이자 ‘한국의 잔다르크’로 불리는 고 정정화 여사를 기리는 작품 ‘달의 목소리’를 오는 12월 8일부터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선보인다.
‘달의 목소리’는 현재의 자신이 역사 속의 정정화로 분해 정 여사의 회고록을 읽어나가면서 부터 시작된다. 피아노와 첼로의 선율 속에서 영상과 함께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재현을 통한 이야기 전달방식을 버리고 일인 배우의 출연만으로 담담히 관객과 대화를 펼쳐나가는 형식이다.
독립운동가 정정화 여사의 삶은 지금까지 꾸준히 연극무대에 올려졌다. 1998년 ‘아! 정정화’를 시작으로 2001년 ‘치마’, 2005년 ‘장강일기’까지 이어져왔다. 이번에 선보이는 ‘달의 목소리’는 영상예술과 결합된 실험적 멀티미디어 시공간극으로 신다큐형식을 빌어 새롭게 꾸몄다.
이는 그녀의 영웅담을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녀를 통해 바로 나와 당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시간이다. 역사는 소리 없이 흘러왔고 흘러가고 있으며 국민의 망각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달의 목소리’의 주인공 고 정정화 여사는 서울에서 태어나 1910년 어린 나이에 김의한과 결혼했다. 남편은 구한말 고위 관료인 김가진의 맏아들이었다. 김가진은 1919년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전격 망명했고, 정정화는 시아버지와 남편을 따라 1920년 역시 상하이로 망명했다. '연로하신 시아버지를 모셔야한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그녀는 감시가 덜한 여성이라는 점을 이용해 임시정부의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하는 역할을 맡아서 중국과 국내를 오가면서 10여년간 자금 모금책, 연락책으로 활동했다. 또한 중국 망명 27년 동안 자신의 가족 뿐 아니라 이동녕, 백범 김구 등 임정요인 및 그 가족들을 돌보며 임시정부의 안 살림꾼으로서 임정 요인들이 지속적으로 독립운동을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했다.
1940년 한국혁명여성동맹(韓國革命女性同盟)을 조직해 간부를 맡았고 충칭의 3·1 유치원 교사로도 근무했다. 1943년 대한애국부인회 훈련부장이 되는 등 임시정부를 대표하는 여성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다.
그러나 광복 후 인생행로는 순탄치 않았다. 미군정의 홀대 속에 1946년 개인 자격으로 귀국해야 했고, 오랫동안 임시정부에서 함께 활동했던 김구가 곧 암살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전쟁 중 김의한, 안재홍, 조소앙 등이 납북 됐고 남한에 남은 정정화는 부역죄로 투옥되는 등 고초를 치렀다. 1982년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 받았다.
저서로는 회고록 ‘녹두꽃’(1987, 개정판 ‘장강일기’을 남겼다. 이 회고록을 토대로 극단 독립극단에 의해 연극 ‘장강일기’와 ‘치마’, ‘아! 정정화’ 등 정정화의 일생을 소재로 한 연극이 공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