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 복용 후 정력 감소 호소 사례가 가끔 있다. 프로페시아, 아보다트 등의 탈모약은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성분이다. 두 성분의 제약은 임상에서 2% 미만의 정력 감소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약물에서 2% 미만의 부작용은 극히 미미한 것이다.
위 두가지 탈모 치료제는 이론적으로 성 기능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전립선 축소 효과가 있기에 심리적으로 성 능력 개선에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진료창에 비친 정력 감소 부작용 걱정 비율은 10명에 3명꼴로 높다. 이 같은 현상은 막연한 불안감이 몸에 영향을 미친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막연한 불안감은 ‘카더라 통신’과 결합해 탈모치료제의 부작용을 확대 재생산 시킨다. 소위 노세보 효과(nocebo effect) 때문이다. 노세보(nocebo)란 라틴어로 ‘해를 끼친다’는 뜻으로 노세보 효과란 진짜 약을 먹고도 환자의 불신 때문에 약효가 발휘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발기 등 정력 관여 호르몬은 DHT가 아니라 테스토스테론이다. 탈모 치료제는 DHT 생성을 억제시킨다. 유전성인 남성형 탈모에는 DHT가 관여한다. 남성 호르몬인 DHT는 모낭을 위축시켜 탈모를 유발한다. 혈액의 테스토스테론이 모낭에서 5알파-환원효소(5α-reductase)에 의해 전환된 물질로 성기능과 무관한 안드로겐(Androgen)의 하나다.
남성의 성욕은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관련 깊다. 테스토스테론이 감소되면서 성 욕구가 현저하게 준다. 섹스 중추는 뇌의 시상하부에 있다. 고환에서 생성된 테스토스테론의 90%는 혈액을 타고 뇌로 이동한다. 시상하부의 섹스 중추 부위에 도달하면 성적 환상을 만든다.
테스토스테론이 감소 되면 이런 과정이 생략된다. 성 욕구가 낮아져 발기 등의 동인이 떨어진다. 테스토스테론은 대개 25세 무렵부터 매년 1%씩 감소, 50세쯤에는 40%가 적게 된다.
유전형 탈모는 성장이 끝난 20대부터 시작된다. 탈모약을 복용하는 절대다수는 40대와 50대다. 또 60대도 많다. 공교롭게 테스토스테론이 나날이 떨어지는 시기다. 젊은 날에 비해 절반 가깝게 테스토스테론이 감소되는 나이다. 육체적으로 성욕이 낮아지는 시기와 탈모약 복용시기가 맞물려 정력 감소 부작용이 더욱 크게 보일 수 있다.
이는 특정 약을 먹고 발기부전 증세를 보인 탈모인에게 같은 성분의 다른 약을 처방하면 별 다른 문제가 없는 데서도 유추할 수 있다. 탈모치료제의 정력 감소 부작용은 괜한 걱정이 부른 심리적 악화라고 풀이할 수 있다.
글쓴이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의학 칼럼리스트로 건강 상식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살가움과 정겨움이 넘치는 글로 소개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서로 ‘탈모 14번이면 치료된다’, ‘탈모 11가지 약으로 탈출한다’, ‘진시황도 웃게 할 100세 건강비법’ 등이 있다.